[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평소 게임을 즐기는 사람, 특히 LoL(League of Legends, 이하 롤)을 즐기는 이라면 '트롤(Troll)' 혹은 '트롤링(Trolling)'이란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북유럽 신화 속 심술쟁이 괴물을 뜻했던 트롤 내지는 조앤 K.롤링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등장하는 괴물 트롤은 현대에 이르러 인터넷과 게임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하고 반응을 이끌어내는 반사회적 행위(자)를 일컫는 말로 바뀌었다.
이 단어는 롤에서 가장 많이 듣고 접할 수 있다. 롤은 이용자 10명이 5대5로 팀을 나눠 진행되는 게임이다. 하지만 일부러 팀워크를 망가뜨리는 트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트롤은 단순한 민폐나 비매너로 보기 어렵다. 한두 번의 실수가 아닌 고의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일부러 플레이를 못 해서 속한 그룹에 피해를 주거나 패배를 가져다 주는 행위인 트롤링도 서슴지 않는다. 트롤러는 그리핑(Griefing) 형태로 다른 게이머가 화를 내도록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도발하는 행위를 즐긴다.
아군의 위치를 적군에게 채팅으로 알려주거나, 게임 자체를 하지 않는 행위, 의도적으로 죽어주는 행위 등도 포함된다. 본인의 기분이 나쁘다고 무작정 부모 욕이나 인신공격을 하며 트롤을 일삼는 행위도 있다.
그렇다면 트롤은 누가, 왜, 하필 롤에서 하는 걸까? 이유는 그 아무도 알 수 없다. 롤을 평소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A(27세)씨는 "질병이 있는 사람이 롤을 하는 건지, 롤이 질병을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A씨는 "메인 포지션이 정글인데, 탑에 배정됐다는 이유로 챔피언 픽 화면에서부터 온갖 패륜 발언이 난무하다"며 "저급한 채팅 문화에 지쳐 전체채팅 차단(/mute all)을 하고 있지만, 차단하는 것을 잠깐이라도 잊고 게임 시작에 들어가게 된다면 열에 아홉은 반드시 더러운 욕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A씨는 "'트롤이 벼슬'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트롤 1명 때문에 열심히 하는 4명이 엄청난 박탈감과 무기력함을 느낀다"면서 "라이엇은 이 트롤에 대한 제재 조치를 하고 있는 지조차 모르겠으며, 한다면 솔직히 와닿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그의 말처럼 지식인에는 '롤에서 부모 욕을 들었는데, 모욕죄로 고소가 가능하냐'는 문의가 줄을 잇는다. 게임사가 아닌 변호사를 찾아가는 일이 다반사다. 게임 내에는 '채팅치면던짐' '입털면던짐' '입털면박음' 등 채팅을 치면 트롤을 하겠다는 협박성 닉네임도 많다. 유튜브에는 '고의 트롤'만 검색해 봐도 수많은 유튜버들이 고의 트롤 행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B(33세)씨도 몇 년 전 게임을 즐기다 부모 욕을 난데없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B씨는 "초심자 때 최적의 선택이라고 생각한 플레이 전략이 어느 팀원에겐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욕을 한 걸까 생각하다가도, 기분이 상당히 나쁜 건 어쩔 수 없었다"며 "그 이후에는 채팅을 치지도 않았고, 남의 채팅을 보고 있지도 않아 최근 몇 년간은 그런 욕을 보진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한 게임에서 팀워크가 단절된 플레이를 해나가고 있었다.
자신을 초심자라고 밝힌 C(30세)씨는 "저같이 뒤늦게 롤의 재미를 알고 초심자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만나게 된 팀원들이 고의 트롤과 이를 구분하지 못해 막말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늘 위축되고, 게임을 하고 싶어도 마냥 즐기기가 매우 두렵다"고 토로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7월 12일 트롤 유저들을 잡기 위해 '사후 신고 기능'을 도입했다. 지난 일주일 이내, 최근 20게임을 함께한 트롤 유저를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후 신고 기능은 게임 종료 화면에서 미처 신고를 하지 못했을 경우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롤 유저를 피하고 싶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유에미(uemy): 롤트롤검색' 사이트가 더 유용하게 쓰일 정도다. 이용자들은 이곳에서 비매너 소환사를 검색하고, 대전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이 수십만건의 게임 데이터를 분석해 던짐, 탈주 등 비매너행위를 수집한다.
고의 트롤을 본인의 재미를 위해 자주 일삼는 게임 이용자들이 있다면, 건강한 게임 문화를 위해 이제는 자중해야 할 때다. 게임에 대한 의식이 국내외에서 점차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엇 게임즈도 사후 신고 기능으로 인한 이용자 제재 만으로는 이러한 문제 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초심자(뉴비) 입장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모 욕을 서슴지 않는 트롤이거나, 혹은 닉네임 검색까지 동원해 트롤 예방을 해야 한다면 그 게임은 이미 죽은 게임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