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게임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어온 고용불안 문제가 최근 넥슨 노조의 시위로 인해 재조명됐다. 그런데 일부 여론은 본질적인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전환배치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는 넥슨이 1년 이상 전환 배치를 기다린 직원 16명에게 지난달 말 3개월 대기 발령 명령과 함께 임금 75% 지급 조치를 취한 것에 반발하고 지난 1일부터 릴레이 1인 시위 중이다. 현재 일주일을 넘긴 상황이다.
먼저 전환배치 팀의 개념이 있는 게임 기업은 게임 개발을 위해 구성했던 프로젝트가 접히거나 중간에 드랍(개발포기·종료)되는 경우, 여기에 참여했던 직원들을 전환배치 팀에 넣는다.
문제는 전환배치 팀으로 이동된 다음 일이다. 정규직으로 입사했었던 직원들은 전환배치 팀으로 가는 순간, 타 프로젝트 팀에 들어가기 위해 다시 면접을 봐야하는 구직자 신세가 된다. 공식적인 입사 절차를 밟아 회사를 들어왔는데, 또 다시 입사를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보통의 직업군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특정 프로젝트의 경우 채용 문턱을 넘기도 어렵다. 중요한 건, 이는 그나마 환경이 좋은 일부 게임 기업의 일이란 사실이다.
또 다른 게임 기업에는 전환배치 팀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거나, 전환배치자가 일정 기간 이상 내에 프로젝트 재진입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사직을 종용받는 경우도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넥슨 노조가 지적한 부분은 '게임업계 고용불안' 문제 그 자체다. 그러나 일부 여론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특히 16명의 전환배치자에 대해 예상치 못한 반응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예를 들면 1년 이상이나 대기한 사람은 아무 일도 안했느냐는 오해부터 이들의 도덕성이 의심스럽다는 문제 등이다. 전환배치 대기자의 입장은 들어보지 않은 채 말이다.
또 다른 여론은 최근 일어났던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건과 결부시켜 보기도 했다. 팀장, 혹은 윗선에게 무조건적으로 잘 보여야 하는 직장문화를 꼬집은 것이다. 노조가 게임업계 고용불안에 대한 문제 제기 취지와 다르게, 엉뚱한 방향으로 새어나가고 있는 모습은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일부 동료들은 이 쇠사슬에 익숙해져 서로 총을 겨누고 있다", "게임회사에서만 이상하게 묵인되는 기형적 구조", "윗선에 반항하면 일감 몰아주기 등 바로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일",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해달라" 등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자성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각보다 깊고 오랜 역사를 가진 이 관행에 게임업계는 멍들어가고 있다. 일부 여론도 그렇지만, 몇몇 게임업계 종사자들조차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진짜 핵심은 전환 배치가 잦은 게임업계 특성에서 비롯된 고용불안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