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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타이밍 놓쳤던 '영상회의 시장 활성화' 정책··· 이번엔 제대로 될까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언택트)이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전 산업의 디지털화가 가속되고 원격·재택근무도 활성화된 데 이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기도 했다.

비대면 시대의 핵심 기술로 어느 하나를 꼽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여러 후보를 나열하면 꼭 들어갈 만한 것이 영상회의 기술이다. 회의, 교육 등 콘텐츠의 내용은 그대로 유지한 채 대면을 비대면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비대면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영상회의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줌(Zoom)은 2020년 2월부터 2021년 1월까지의 2021 회계연도서 매출액 약 3조원을 기록, 전년대비 326%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269만달러서 6억5984만달러로, 5100% 증가했다.

이와 같은 조짐은 작년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확인됐다. 줌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시스코 등 글로벌 기업들의 주도권 다툼에 불이 붙었다. 알서포트, 구루미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도 큰 기대를 모았다.

정부서도 영상회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 지원을 약속했다. 최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직접 국내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고, 공공에서의 국산 SW 활용을 독려했다. 최 전 장관은 “교육부와 함께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며 국내 SW 기업 솔루션의 활용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 전 장관의 약속은 이행되지 못했다. 최 전 장관의 요청에도 불구, 당시 교육부는 시·도 교육감 화상회의나 원격교육 선도 교원 온라인 임명식 등에서 줌을 사용했다.

심지어 교육부는 2학기에 학습관리시스템(LMS)인 ‘e학습터’와 ‘온라인클래스’에 화상회의 기능을 탑재했다. 촉박한 시일 내 무리한 기능 탑재를 추진하다가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는 등의 헤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민간 SW 활용 확산은커녕, 교육부가 나서서 국산 SW 활용을 저해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토로했다.

마냥 헛발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요기관과 공급기관을 직접 연계해 주는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 등은 잡음은 있었지만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됐다. 하지만 군데군데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15일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추진협의회는 민간 영상회의 서비스 기업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제도 개선 및 업계 애로사항을 청취한다는 목적이다. 공공에서는 현재 이용 중인 ‘온-나라 PC영상회의’ 외의 대안으로 민간 서비스의 도입·활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참이나 늦은 조치다. 17개월이나 지난 지금이 아니라 작년 4월께, 과기정통부가 국산 원격 SW 기업 육성을 약속했을 때 이행됐어야 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나, 그동안 교육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행보가 국산 SW 육성은커녕 성장을 가로막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에 더욱 아쉽다.

국내 기업의 기술이 뒤떨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매출의 절반이 일본에서 발생하던 비대면 SW 기업 알서포트의 작년 일본 매출은 148억원에서 303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국산 SW를 써야 한다”는 말이 통용되는 시대는 아니다. SW는 그 품질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공공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공공은 국내 기업, SW를 활용하고 키워야 하는 의무가 있다.

영상회의를 비롯한 비대면 SW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밝은 분야다. 당장의 비용 효율성과 편의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미래를 위한 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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