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중국 반도체 굴기 상징으로 불리던 칭화유니그룹이 무너졌다. 작년 연이은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에 이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됐다. D램 사업은 시작해보지도 못한 채 접을 판이다.
12일 중국 차이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파산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채권자인 후이상은행은 ‘칭화유니는 만기 채무를 상환할 수 없고 부채를 갚기에 자산이 충분치 않다’며 베이징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칭화대학교가 지분 51% 가진 업체로 사실상 국유기업이다. 자회사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작년 4월 128단 낸드플래시 개발 소식을 전했다. 지난 2019년에는 D램 공장을 착공하기로 했다. 수조원대 자금을 투입하는 프로젝트로 올해 가동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D램 공장은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칭화유니그룹은 작년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시발점은 13억위안(약 2200억원) 채권을 갚지 못하면 디폴트를 선언할 때다. 이후 다른 채권도 만기가 도래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칭화유니그룹이 앞으로 상환해야 할 회사채는 177억위안(약 3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칭화유니그룹의 무분별한 확장이 파산으로 이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칭화유니그룹은 YMTC 외에도 통신 칩 설계업체 쯔광짠루이,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 쯔광구펀 등 200개 이상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휴렛팩커드와 웨스턴디지털 등 글로벌 기업 지분을 사들이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흑자전환에 실패하는 등 투자 대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자금난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YMTC와 중국 메모리 업계를 이끌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푸젠진화반도체(JHICC)도 제자리걸음이다. CXMT와 JHICC는 마이크론의 메모리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발 및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JHICC의 경우 D램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한편 이날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노광 기술인 극자외선(EUV) 기반 D램 양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이은 2번째 성과다. 미국 대만 등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한국 핵심 인재를 영입하는 등 반도체 자립화에 나섰으나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