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와 규제 당국 간 사이가 팽팽합니다. 블록체인 게임 관련 문제와 게임 셧다운제 등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좀처럼 완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게임업계는 한국 게임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들을 풀어달라고 하지만, 규제 당국은 청소년 게임중독 예방 및 환금성과 사행성을 근거로 규제를 완화할 수 없다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죠.
먼저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업계 입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지난달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4000만달러(한화 약 458억원)에 불과했던 NFT(대체불가능한 토큰) 시장은 지난해 3억4000만달러(한화 약 3895억원) 시장이 됐습니다. 한화를 기준으로 하면 약 2년동안 9배 이상 성장한 셈입니다. 올해는 지난해 시장 규모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요.
올해 일부 국내 게임사들은 블록체인 부분을 회사 미래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를 차근차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NFT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에, 그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필수 선택이었다는 설명입니다.
게임 셧다운제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게임업계에서는 이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바람이 다시 불고 있습니다. 게임 셧다운제는 2011년부터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청소년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 시행한 강제적인 규제 정책이지만, 그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현행 법안에서는 'PC 인터넷 게임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 규제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한국 게임 산업 성장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지요.
하지만 두 규제 모두 업계와 규제 당국 간의 의견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블록체인 게임 관련 규제기관 중 하나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해당 기술을 활용해 게임 아이템을 자산화하는 것에 대해 심층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NFT를 가상자산으로 바꾸고 이를 다시 현금화할 수 있는 환금성 ▲NFT를 획득하기까지, 이용자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우연에 의해 이뤄지는 사행성 등의 여지를 먼저 해결하지 않는 이상 국내 블록체인 게임의 등급분류는 어려울 것이란 게 게임위 측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NFT 등 블록체인 기술 활용 관련 제도 자체가 미흡한 상황에서, 단지 사행성 우려만으로 게임 출시 자체를 막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게임제도 개선 정책 토론회 개최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김균태 파트너는 게임머니 환전행위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들고 나왔습니다.
김균태 파트너는 "2009년 리니지 게임머니 환전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린 근거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게임머니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에서 정한 환전금지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게임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게임머니가 아닐 경우, 게임법 어디에도 게임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개인간 거래를 막을 법적인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요.
이어 "NFT를 획득하는데 확률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게임의 전체적인 틀이 이용자 개인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진행이 가능하게끔 제작됐다면 이는 기존의 게임문법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블록체인 게임사 위메이드트리 김석환 대표는 "차라리 관련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사후 문제가 생기는 것에 대한 논의를 나누는 게 해당 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게임 셧다운제 규제에 대한 완화 논의는 과거와 달리 그나마 나쁘지 않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6월부터 문제점을 알아차린 여러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셧다운제 폐지 개정안이 발의되기 시작했는데요.
그와중에 이달 2일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로 인해 성인 게임이 될 위기에 놓이자, 규제 폐지 요구와 정치권에서의 의견 제기가 더욱 거세졌습니다. 게임 셧다운제의 강제적인 부분을 없애야한다는 여론도 급물살을 탔습니다. 이에 정부는 제도 개선을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셧다운제는 시행 10년 만에 존폐기로에 서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