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중학교 동창들을 만났었습니다. 그날 마침 '메타버스'에 대한 온라인 강연을 들었었던 터라, 이야길 해주고 싶어 물어보니 다들 처음 듣는 단어라고 하더군요. 저야말로 '이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싶었습니다. 우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디어를 잘 접하지 않는 가족들과 다른 친한 지인들에게 "메타버스 알아?"라고 물어봤습니다. 처음 듣는다거나, 정확한 뜻을 모르고 어렴풋이 아는 정도라고 대답해왔습니다.
메타버스라고 하는 단어는 어쩐지 낯설게 다가옵니다. 예전 게임에 빗대어 보겠습니다. 넥슨이 서비스했던 퀴즈 게임 '큐플레이(Qplay)'를 아시나요? 이용자가 게임을 즐기기 위해 계정을 만들면 하나의 아바타가 주어집니다. 베스트 드레서가 되기 위해 패션센스를 아바타에 투영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나'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가수 보아의 고글썬캡 헤어를 사서 아바타를 꾸며주고 '니나귀걸이'라는 이름의 진주 모양에 가까운 귀걸이를 착용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쌍커풀 성형도 시킬 수 있었지요.
스포츠 브랜드의 신상이나 가수의 컴백 시즌에 맞춰 넥슨과 일부 제휴를 맺고 나오는 패션뷰티 아이템들도 있었는데, 홍보 효과도 나름 좋았던 것 같습니다. 또, 큐플레이 속에는 아바타를 물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정답을 맞춰 올라가야만 하는 서바이벌 오지선다형 퀴즈 '올라올라' 콘텐츠도 있었습니다. 아바타가 양동이에 탄 모습이었지요. 정답을 맞추기 위해 '족보'를 켜고 질문을 빠른 타자로 검색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당시 모든 아바타에는 실제 사람처럼 아이큐(IQ)라는 개념이 존재했습니다. 정답을 계속 맞춰야 IQ가 올라가고, 몇몇 패션 아이템들은 IQ 착용 제한이 있기도 했습니다. 문제를 단 한 개라도 틀리면 100.0이 될 수 없습니다. 아바타 프로필에서 보여지는 IQ가 100.0이어야만 게임 이용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지요.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99.9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애매한 숫자로 보이느니 차라리 0.0으로 보이게 하자 해서 오답만 내기도 했습니다. 이제 보니 정말 추억의 게임입니다.
아무튼 이처럼 '나'를 아바타에 투영시키는 일은 메타버스의 개념과 일치합니다. 게임을 즐기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싸이월드를 이야기 했습니다. 싸이월드는 개인 홈페이지 사이트를 제공해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늘어가기 직전인 2010년대 초까지는 큰 유행이었습니다. 싸이월드 속 가상의 머니였던 '도토리'를 현금으로 구매한 뒤 이를 이용해 '미니미'가 있는 공간인 '미니룸'에 배치할 가구를 사거나 개인 홈페이지에 넣을 음악(BGM)을 사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도토리는 가상화폐로 인식하는 게 맥락이 비슷합니다. 미니미는 또 다른 '나'이며 가상에서의 현실을 살고 있는 제2의 자아, 혹은 요즘 말로 '부캐(부캐릭터)'입니다. 미니미가 거주하는 공간이었던 미니룸은 가상의 공간 혹은 세계, 즉 메타버스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를 몰랐던 지인들에게 이런저런 추억을 이야기해줬더니, 대충 어떤 느낌의 단어인지 알 것 같다고들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가상현실과 메타버스가 무엇이 다르냐는 추가 질문에 저도 말문이 막혔습니다.
15일 우운택 카이스트 교수가 '메타버스 현황과 문화산업 활용 가능성' 온라인 토론회에서 발표한 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메타버스' 순으로 키워드 관심도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가상현실'과 '메타버스'가 동등한 관심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하는데요. 처음 이를 들었을 때 한국에서 유난히 과열된 건 아닐까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처럼 가상현실과 메타버스가 똑같은 개념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메타버스는 엄밀히 말하면 가상현실을 포함하고 있는, 더 넓은 범위의 용어입니다. '3차원 가상세계'로, 메타(meta)와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지요. 가상현실의 기본 개념은 '실제(Reality)와 유사하지만 실제가 아닌 인공의 환경'입니다.
그래서 메타버스는 특히 문화콘텐츠 관련 사업을 다루는 산업 전반에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오프라인 기반 산업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메타뮤지엄(meta+museum)', '메타짐(meta+gym)', '메타버스 도시(meta+city)' 등도 이 용어에서 파생된 것인데요. 아바타 전용의 명품 가방을 메타버스 플랫폼 게임 '로블록스'에서 한정판으로 판매한 구찌의 사례도 눈길이 가는 대목입니다.
우 교수는 "여행 등 관광산업도 가상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수 있고, '메타뮤지엄'을 세워 창작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면 누구든 편하게 전시하거나 혹은 관람할 수 있도록 꾸밀 수 있다. 이는 창작자들이 어디서 전시를 해야 되는지 등 고민도 함께 줄여줄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수의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도래한 온택트(On+Untact) 시대가 끝나더라도 메타버스의 문화산업 활용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전 세계의 관심과 우리나라에서의 인지도를 더욱 이끌어낸다면 분명 한국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발전을 위해서는 법적인 규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지만, 메타버스는 융합적인 소셜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분야로 전망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