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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목소리 커진 中 디스플레이, 삼성전자 '자승자박'

- LCD 꽉 잡은 中, 패널 가격협상 우위 확보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원가절감 차원에서 중국 패널 비중을 늘렸던 것이 결과적으로 자승자박이 된 모양새다.”

최근 디스플레이 업계의 삼성전자에 대한 평가다. 제조업체가 원재료 비용을 최대한 낮추려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77억달러(약 8조7300억원)로 나타났다.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뒤를 이었다.

BOE 외에도 CSOT HKC 등이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했다. 이면에는 액정표시장치(LCD)가 있었다. 한물갔다던 패널이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TV와 PC 수요가 급증하면서 몸값이 대폭 향상됐다.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년 새 2배 이상 상승했다.

중국 디스플레이의 큰 손은 TV 업계 1위 삼성전자다. 15년 연속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은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점유율을 찍었다. LCD 기반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 판매가 확대된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LCD 공급망에서 중화권 업체 비중을 늘려왔다. 그동안 원가절감을 이뤄낸 비결이다.

하지만 BOE 등이 LCD 시장을 장악하면서 분위기는 전환됐다. LCD 수요 상승에 힘입어 중국 업체들은 패널가를 올렸다. 이미 중국 의존도가 60~70%에 달하는 삼성전자는 가격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힘들어졌다. LCD 철수를 앞둔 삼성디스플레이에 SOS를 요청한 이유다. 다만 현시점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몫은 20% 미만이다. 생산 기간 연장에도 상황을 뒤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삼성전자의 원가부담은 증가했다. 지난 1분기 TV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5% 확장한 반면 같은 기간 패널 매입비용은 80% 늘었다. 중국 비중 확대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하반기 LCD 가격 상승세가 주춤할 전망이지만 그만큼 TV 판매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삼성전자는 LCD 기반 TV가 주력 제품이다. 중국 업체의 협상력은 유지된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국내외 협력사 비중을 잘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형은 아직이지만 중소형 OLED에서는 중국의 침투가 이뤄지는 추세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은 여전히 삼성디스플레이가 꽉 잡고 있지만 점유율 점차 줄어드는 게 사실”이라면서 “LG전자가 원가절감을 위해 BOE와 협력했듯이 삼성전자도 모바일에서 중국 패널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LCD 사태처럼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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