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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만 쳐다보는게 아냐…현대기아차, 전장사업 SW개발 투트랙 전략이 현실적

②자동차 SW 역량 강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한 이유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최근 불거진 '애플카' 이슈에서 현대기아차의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일각의 시각은 사실 문제가 있다. 자동차시장의 생태계는 애플이 그동안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아이폰을 제조해왔던 것과 동일한 선상에서 놓고 단순 비교할 사안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자동차관련 업계에선 자율주행 등 자동차 전장화를 놓고 투-트랙 전략을 취하는 것은 자동차 기업에 공통적인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애플과의 협력으로 비즈니스 기회가 넓어지겠지만 그렇다고 꼭 애플한테만 목맬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 기업과 빅테크 기업들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은 하지만 또 한편으론 각자의 방식으로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 대응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와관련 산업용 SW업계의 한 전문가는 “자동차 업체와 빅테크 기업간 협력이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며 “자동차 업체들은 하드웨어 박스만 생산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하기 원하지 않는다. 반면 빅테크 업체들은 OS처럼 하드웨어 시장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을 자동차 업계에서도 발휘하기 원한다”고 전했다.

때문에 자동차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이미 SW에 대한 투자를 상당부분 진행해왔다. 현대기아차의 경우도 인-아웃 카 SW 개발에 초점을 맞춰왔다. 자동차 안에 내재되는 인 카(In-CAR) SW의 경우 현대 오트론이 개발을 전담해왔다.

최근에는 미래 모빌리티 제어 기술에 사용될 소프트웨어 솔루션인 ‘모빌진 어댑티브’를 선보이는 등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차세대 통합제어기 대응을 위해 고성능 하드웨어 및 실시간 지원, 차량 통신 네트워크 및 보안 기술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자율주행과 관련한 핵심기술을 현대차그룹에서 글로벌 수준에 이르기까지 개발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의 SW역량을 한데 모으겠다는 취지 자체가 ‘이제부터 시작한다’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자율주행 및 전장SW개발은 꾸준히 진행돼왔다. 하지만 대외적인 상황과 주목도 면에선 빅테크 기업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 새로 출범할 합병 법인은 3사가 가진 강점 영역을 유기적으로 통합, 개발 시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차량용 소프트웨어 핵심기술 확보와 서비스 연결성 강화를 적극 추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진 못했다는 얘기다.

다만 합병법인이 추진하게 될 사업 분야로 ▲차량 소프트웨어 표준 수립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인프라 통합 ▲모빌리티 데이터 통합 운영 ▲소프트웨어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 구축 등을 꼽은 만큼 단순히 자율주행을 위한 SW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채우기 위한 SW 개발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차가 현재 자동차 SW 개발 트렌드의 화두를 점하고 있지만 자율주행 자체도 단순히 자동차 내에 SW가 설치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술은 물론 실시간 처리가 가능한 네트워크 인프라, 운전자가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환경 구축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실제 현대·기아차가 개발 중인 차세대 자동차는 차량 주행보조, 정밀지도 연계 내비게이션, 각종 커넥티드 및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등이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탑승자에게 최상의 편의와 안전을 제공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또한 자동차용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 상품성 강화와 신속한 품질 개선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제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애플과 현대기아차와의 협력과는 별개로 현대기아차 차원의 SW개발은 새로운 합병법인을 축으로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시스템 통합(SI) 역량과 그룹 클라우드 운영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동차와 관련된 토털 SW개발은 그룹사의 ICT 역량을 강화하는데 역할을 갖고 있는 현재 현대오토에버의 중요한 수행과제이기도 하다.

애플의 독자적인 IOS 생태계와 이와 맞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 생태계에 맞서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다양한 OS 개발에 나섰다 결국 좌초된 것처럼 이번 현대기아차와 애플의 협력 타진은 차세대 자동차의 두뇌라 할 수 있는 SW 역량을 놓고 완성차 업체들과 빅테크 기업들의 복잡한 경쟁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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