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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강타한 '성과급 블루'

- 역대급 불만에 사내 분위기 어수선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지난해 전 세계에 닥친 코로나19가 여전히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코로나 블루’를 앓고 있는 이들이 많다. 확진자와 비확진자 모두 대상이다.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국내에서는 ‘성과급 블루’가 성행하고 있다. 성과급을 받은 자도, 받지 못한 자도 불만족스럽다.

통상 연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3월의 월급’으로 불리는 초과이익분배금을 제공한다. 한 해 실적이 목표보다 잘 나왔을 때 주는 성과급 명목으로 각각 OPI, PS라 부른다. 매년 지급 수준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지만 올해는 유독 사태가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에서는 사업부 간 격차에서 비롯된 논란이 일고 있다.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와 TV 등을 만드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연봉의 50%를 OPI로 받았다. 반면 반도체 설계 및 생산하는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는 연봉의 47% 수준이다.

관련 부서 직원들은 ‘무선이나 VD보다 많이 벌었는데 왜 더 적냐’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18조8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소비자가전(CE)부문과 정보기술 및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IM)부문은 각각 영업이익 3조5600억원, 11조4700억원으로 나타났다.

OPI 산정 기준에는 연초 설정한 목표 대비 초과치가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영업이익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OPI가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다양한 변수와 국내외 업체 간 경쟁을 뚫고 성과를 낸 만큼의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문제가 더 크다. 지난 1일 역대 최대 규모의 M16 공장 준공식이 열렸지만 웃지 못했다. 성과급에 불만을 품은 노조원들이 피켓 시위를 진행한 탓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에 기본급의 400%(연봉의 20%)를 PS로 지급했다. 이에 일부 직원은 삼성전자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실리콘웍스(팹리스), 원익IPS(장비사) 등보다도 적다고 지적했다. 산정방식의 불투명성에 대한 비판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까지 임직원 달래기에 나섰지만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로 경력 이직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두 회사를 제외한 곳에서는 그저 부러울 뿐이다. 성과급 규모가 협력사는 당연하고 삼성 계열사와도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 회사도 많다. 외부에서는 ‘배부른 소리다’와 ‘한 만큼 받아야 맞다’로 의견이 갈린다.

노동자와 회사의 상황이 다른 만큼 성과와 보상에 대한 입장차는 불가피하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기업이 소통을 통해 구성원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곧 기술이다. 인재 유출로 무너진 업체 사례는 무수하다. 충분한 보상 또는 부족함에 대한 납득이 없다면 떠날 수밖에 없다. 수년 내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도 2~3배 연봉을 제시하는 중국으로 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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