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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옐런 한마디에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졌다고? ‘글쎄’

데이터로 살펴보는 시장 흐름…매수세 주춤하는 동안 채굴자는 매도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이번주 가상자산 시장은 하락장이었습니다. 지금은 조금씩 반등하는 추세이지만, 한국 시간으로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비트코인(BTC) 가격이 약 20% 폭락했습니다. 시가총액도 1000억달러 이상 증발했죠.

가격이 폭락하자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한마디가 영향을 줬다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이 “많은 가상자산이 주로 불법 금융에 사용되고 있다”며 규제를 예고했기 때문이란 추측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옐런 전 의장의 발언만으로 가격이 떨어졌다기엔 시장의 반응이 너무 늦었습니다. 옐런 의장이 가상자산을 비판한 건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인데, 가격이 폭락한 건 21일이기 때문입니다.

또 가상자산에 대한 각종 규제는 스티브 므누신 전 재무장관이 이미 추진해왔습니다. 예비 재무장관의 ‘규제 예고’만으로 가격이 떨어졌다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죠.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는 므누신 전 재무장관의 주도 하에 진행되던 규제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바이든 취임과 함께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가 추진하던 ‘가상자산 지갑 규제’가 중단됐는데요, 추진하던 규제가 중단되는 ‘호재’도 있었는데 규제를 예고하는 것만으로 가격이 떨어졌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이번 하락장의 원인을 찾고 향후 흐름을 예측하려면 기관투자자 및 고래(비트코인 대량 보유자)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지표들을 활용해야 합니다.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선 블록체인 상 데이터와 거래소 데이터를 활용해 시장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옐런보다는 ‘미국 투자자 매수세 둔화’가 원인… 중국 채굴자는 대량 매도

얼마 전까지 상승장을 이끌어온 것은 주로 미국 기관투자자들이었습니다. 아시아, 특히 대형 채굴기업이 많은 중국에서 비트코인을 매도하더라도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가격이 꾸준히 올랐죠.

하지만 최근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횡보를 지속했습니다. 이번 폭락이 오기 전까지도 하락에 반등을 거듭하며 횡보장이 이어졌는데요, 이를 두고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즉,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둔화된 상태에서 다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나타나다보니 가격이 떨어졌다는 의견입니다.

아시아 분석가들로 구성된 QCP캐피탈의 애널리스트들도 미국 투자자들의 높아진 피로도를 하락장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QCP캐피탈은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태도로 인해 가격이 떨어졌다는 기사가 많았는데, 우리는 다르게 생각한다”며 “시장은 이미 가격 조정이 올 분위기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미국과 아시아의 시차가 12시간 난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 3월부터 미국 투자자들의 흐름과 아시아 투자자들의 흐름을 나눠 분석해왔다고 밝혔습니다.

QCP캐피탈은 “아시아 채굴자들이 매도하는 동안에도 미국 투자자들은 매수를 지속했는데, 2주 전에 미국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처음으로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미국 투자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옐런 전 의장의 발언이 있기 한참 전이자, 횡보장이 시작된 2주 전부터 매수세가 둔화됐기 때문에 가격 하락의 조짐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하락장이 시작되기 2주 전부터 미국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둔화됐다. 그래프 속 하늘색은 미국 투자자, 빨간색은 아시아 투자자들의 움직임. 동그라미 친 부분부터 미국 투자자의 매수세 둔화./출처=QCP 캐피탈 트위터
이번 하락장이 시작되기 2주 전부터 미국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둔화됐다. 그래프 속 하늘색은 미국 투자자, 빨간색은 아시아 투자자들의 움직임. 동그라미 친 부분부터 미국 투자자의 매수세 둔화./출처=QCP 캐피탈 트위터
이 같은 분석은 타당해 보입니다. 실제로 미국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약해지는 동안 중국 채굴자들은 비트코인을 팔았기 때문입니다. 하락장의 주요 원인입니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중국계 채굴 풀 ‘F2풀’의 지갑에서 많은 양의 비트코인이 출금됐습니다. 출금된 비트코인이 시장에 풀리면 하락장을 촉발하게 됩니다.

옐런 발언이 있기 며칠 전부터 비트코인이 풀린 것이므로, 옐런 발언이 하락장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크립토퀀트 측도 하락장이 F2풀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5일부터 F2풀 지갑에서 많은 양의 비트코인이 출금됐다. 그래프는 F2풀의 출금량과 비트코인 가격 추이를 나타낸다. 주황색이 일별 BTC 출금량이며 검정 선이 BTC 가격./출처=크립토퀀트
지난 15일부터 F2풀 지갑에서 많은 양의 비트코인이 출금됐다. 그래프는 F2풀의 출금량과 비트코인 가격 추이를 나타낸다. 주황색이 일별 BTC 출금량이며 검정 선이 BTC 가격./출처=크립토퀀트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이중지불’ 논란으로 가격이 하락했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F2풀만큼은 아니지만 해당 논란이 일부 영향을 준 것은 맞습니다. 논란으로 인해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한 기업이 있었기 때문이죠. 블록체인 전문 매체 유투데이에 따르면 캐나다 AR기업 넥스텍에이알솔루션즈가 이중지불 논란으로 인해 130BTC를 매도했습니다. 물론 F2풀 지갑에서 빠져나간 비트코인 규모에 비하면 소액입니다.

앞서 가상자산 조사기관 비트멕스 리서치가 같은 블록에 0.0006BTC가 중복으로 나타난 ‘이중 지불’ 현상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는데요, 이는 비트코인을 보낼 때 낮은 전송 수수료를 취소하고 높은 수수료를 보냈을 때 생기는 ‘RBF(Replace by Fee)’ 거래가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단일 화폐가 이중으로 전송되는 것을 뜻하는 ‘이중 지불’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블록체인은 이중 지불이 불가능한 형태로 설계됐기 때문입니다. 이번 논란 당시에도 0.0006BTC를 전송하는 두 거래가 중복되면서 한 개의 거래는 버려졌습니다. 이런 경우 버려진 블록, 즉 ‘고아 블록(스테일 블록)’이 나오게 됩니다.

비트코인 전문가 안드레아 안토노풀로스(Andreas M. Antonopoulos)는 “실제로 이중지불 거래는 발생하지 않았다. 두 개의 거래가 충돌해 고아블록이 발생하는 건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흔히 발생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래’들의 매수세 둔화, 어떻게 예측할까?

미국 기관투자자나 ‘고래’들의 매수세 둔화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그들이 상승장을 이끌어왔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꾸준히 비트코인을 팔고 있으므로, 상승장을 지탱하던 매수세가 사라지면 하락장이 옵니다. 그럼 이런 매수세 흐름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 둔화는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에서 나타납니다. 코인베이스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미국 ‘고래’들과 기관투자자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할 때는 다른 거래소에 비해 코인베이스의 비트코인 가격이 높은 ‘프리미엄’이 생기게 됩니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는 코인베이스의 비트코인 가격(달러로 거래)과 바이낸스의 비트코인 가격(USDT로 거래) 간 차이를 볼 수 있는 ‘코인베이스 프리미엄’ 차트를 출시했습니다.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이 더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의미이고, 미국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프리미엄이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줄곧 ‘마이너스(-)’였습니다. 코인베이스의 비트코인 가격이 바이낸스보다 저렴할 정도로 미국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1일에는 -226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죠.

코인베이스의 비트코인 가격(달러로 거래)과 바이낸스의 비트코인 가격(USDT로 거래) 간 차이를 볼 수 있는 ‘코인베이스 프리미엄’. 차트 상 빨간 점을 보면 프리미엄 수치가 한 때 마이너스였음을 알 수 있다. 빨간 점 시점은 지난 21일./출처=크립토퀀트
코인베이스의 비트코인 가격(달러로 거래)과 바이낸스의 비트코인 가격(USDT로 거래) 간 차이를 볼 수 있는 ‘코인베이스 프리미엄’. 차트 상 빨간 점을 보면 프리미엄 수치가 한 때 마이너스였음을 알 수 있다. 빨간 점 시점은 지난 21일./출처=크립토퀀트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이 2만달러, 3만달러, 그리고 4만달러를 돌파할 땐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이 매번 +50달러를 웃돌았다”며 “이는 코인베이스의 고래와 기관투자자들이 자금을 넣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프리미엄 수치가 오히려 마이너스일 땐 투자자들이 자금을 넣지 않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또 다른 지표로는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 ‘GBTC’ 상품의 프리미엄이 있습니다.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신탁 상품 ‘GBTC’는 고객 중 84%가 기관투자자이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의 선호도를 알 수 있는 상품인데요, 장외거래 시장에서 GBTC를 거래할 때 원래 가격에 붙는 ‘프리미엄’이 존재합니다.

GBTC를 매입한 기관투자자에게는 의무 보유기간 6개월이 있습니다. 6개월이 지나면 장외거래를 통해 보유분을 판매할 수 있는데요, 장외거래 시장에서 GBTC를 사는 투자자는 의무 보유기간 없이 GBTC를 살 수 있겠죠. 그래서 의무 보유기간이 없는 대신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GBTC를 사들입니다. 훗날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현재의 프리미엄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이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건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낮아지면 그만큼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줄어든 것이겠죠. 약 2주 전부터 이 프리미엄도 줄곧 하락세였습니다.

더블록의 ‘주간 GBTC 프리미엄’ 차트에 따르면 지난 5일 GBTC 프리미엄은 무려 29.27% 였으나 12일에는 18.02%, 19일에는 8.66%로 떨어졌습니다. 폭락세가 있었던 21일에는 2.79%로 크게 하락했고요.

◆‘저점 매수’한 곳도 있다…기관투자자 행보 주시해야

결론적으로 앞서 언급한 지표들을 참고해 하락장에 대응해야 합니다. 채굴자들의 매도세가 강해지는데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약해진다면 하락장이 올 수 있으므로, 보유한 비트코인을 일부 현금화하는 게 안전합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모든 기관투자자들이 매수를 멈춘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상승장을 이끈 대표주자,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오히려 ‘저점 매수’를 공략했습니다.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 마이크로스트레티지 CEO는 3만 1808달러에 314BTC를 매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약 1000만달러(110억원) 규모입니다.

이와 함께 코인베이스 프리미엄도 +40~+50달러 수준으로 회복됐습니다. 매수세가 어느 정도 다시 붙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디지털자산 캐피탈 크로스타워의 채드 스팅글라스(Chad Steinglass) 거래 담당자는 코인텔레그래프에 “3만 1000달러가 강력한 가격 지지선인 만큼, 모두가 비트코인을 매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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