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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한국 5G 깔수 있을까…남북 ICT 협력 미래는?

<사진제공 = NK경제>
<사진제공 = NK경제>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관계까지 빙하기에 들어간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해빙기로 전환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북한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를 앞세워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한국과의 협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복잡해진 지정학적 이유 등을 감안할 때 냉전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는 16일 오후 ‘2020 디지털경제와 남북 ICT 협력 학술대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상배 서울대 교수는 남북간 ICT 협력 확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미중 ICT 경쟁의 지정학적 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미국의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부각되면서 화웨이 등처럼 미국의 중국 주요기업의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컴퓨팅·모바일, 인공지능·데이터, SNS·콘텐츠, 핀테크·전자상거래 등 전방위에 걸쳐 디지털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 기업간 펼쳐졌던 플랫폼 경쟁이 이제는 국가 단위의 게임으로 확장된 것이다.

김상배 교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다자간 수출통제 제도 ▲미국의 대북제재 등 지정학적 요소가 남북 ICT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특히, 미국의 전략물자 통제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남북한 ICT 교류 확대에 있어 최대 장애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물자의 수출제재는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 바세나르 협정도 남북한 ICT 협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남북교류가 활발하던 과거 평양과 남포에 우리 기술의 CDMA 방식 2G 이동통신망을 구축하려 했지만 미국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김 교수는 “아직까지는 기회보다는 남북 교류를 제약하는 지정적 요소만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디지털 무역과 데이터 주권에 대한 입장차이로 인해 우리 외교에서 선택의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2016년 사드 사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직간접적으로 화웨이 전선에 동참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사적 기업간의 거래라며 양측 모두에 일정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남북 ICT 협력은 내년 이후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교수는 남북 ICT 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현상을 넘어서는 상상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미중 갈등의 지정학적 요인을 고려한 가운데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신기술 산업에서 잠재력이 큰 거점, 시장이 될 수 있다”며 “물리적, 논리적, 콘텐츠 층위 등 다양한 층위에 부합하는 남북협력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중국의 경우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이 ICT 분야에서 북한과 단계적 협력을 하고 있고 일본 소프트뱅크의 북한 진출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이 북한에 동북아 물류센터를, 구글이 개마고원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김 교수는 “향후 북한의 개방이 이뤄질 경우 협력 1순위가 우리가 아닌 중국, 미국, 일본 기업이 될 수도 있다”며 “북한 발전의 로드맵과 글로벌가치사슬(GVC)의 경제적, 정치적 특성에서 북한의 미래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발제를 맡은 이승주 중앙대 교수도 GVC 기반의 남북 협력을 강조했다. 사안별 또는 쟁점별로 협력의 한계를 보완해야 하는데 남북 협력의 기본방향을 순차화, 다자화, 통합화 등 단계별로 접근해 가치사슬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북한이 부품과 중간재 생산을 담당하는 가치사슬을 설계한다면 최종재의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동아시아 지역 차원의 GVCs 재편을 통해 중국과의 무역 확대 등 효율성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은 남북간 교류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과학기술과 ICT 기술을 적극 활용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는 강하지만 반 사회주의 사상문화의 유입과 유포에 대해서는 더더욱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달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학기술성과도입법·임업법·이동통신법을 제정하는 안건을 채택한 바 있다. 과학과 ICT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이지만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채택은 개방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춘근 연구위원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내용면에서 보면 미디어를 차단하고, 통신시 각종 특정 단어 등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소비자 친화적이고 다양한 창의성이 반영돼야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는 것인데 이를 강하게 단속한다는 것은 협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미국 대선이 끝났으니 북한도 미국을 바라볼 것이고 미국의 대북 정책과 연동해 북한 정책도 달라질 것"이라며 "내년 당대회 때 체제수반의 변화를 포함한 대외개방 여부 등 내년 상반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NK경제의 강진규 대표는 "올해 북한에서 유독 과학기술과 ICT 역할이 강조됐고 이러한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 1월 예정된 당대회에서 관련 내용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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