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제전화로 인한 요금폭탄을 막기 위해 통신사가 실시간 안내를 하고 있지만, 알뜰폰 고객의 경우 망 임대 서비스 특성상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관리 부실과 맞물려 요금폭탄 구멍이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뜰폰업체 에넥스텔레콤의 A모바일 요금제를 KT망으로 쓰고 있던 한 이용자가 전원을 끈 사이 해킹이 의심되는 수백 건의 국제전화 발신으로 한 달 만에 200만원이 넘는 요금폭탄을 맞은 사례가 발생했다.
뒤늦게 요금 고지서를 받은 해당 이용자는 지난 7월 초 불과 사흘 만에 16개국에 수백 건씩 비정상적인 국제전화 발신이 이뤄진 통화 내역을 확인하고 즉시 에넥스텔레콤에 환불을 요청했으나, 약 두달이 지난 현재까지 환불은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에넥스텔레콤은 통신사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에넥스텔레콤 측은 “국제전화의 경우 통신사가 관리하기 때문에 알뜰폰 업체는 요금 고지나 환불에 제한이 있다”고 해명했다. 반면 망을 제공한 KT는 “전산상 통화 트래픽 자체는 정상이었다”며 “요금 초과에 대한 고지 의무나 환불 권한 모두 에넥스텔레콤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에넥스텔레콤은 “현재 고객과 계속 논의 중이며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측의 책임 떠넘기기가 계속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도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다소 이례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법적으로 보면 에넥스텔레콤이 고객 관리를 잘못한 것이 맞다”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알뜰폰 특성상 전산망 관리를 해줘야 하는 통신사 또한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고 해석했다.
실제,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2항에서는 ‘이용자가 처음 약정한 요금한도를 초과했거나 국제전화 이용으로 요금이 부과될 경우 통신사업자가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명시해 예기치 않은 요금폭탄을 막고 있다. 통신사 망을 임대해 서비스하는 알뜰폰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고시에 따라 2년의 유예기간을 받긴 했지만 이미 유예가 끝났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의무가 있다.
문제는 알뜰폰의 경우 국제전화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으로 국제전화가 발신되면 일단 국제전화 사업자가 고객의 이용정보 트래픽을 통신사에 전달하고, 통신사가 이를 다시 알뜰폰 업체에 전달하는 식”이라면서 “알뜰폰 사업자는 반드시 통신사를 거쳐야만 데이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실시간 안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빌쇼크(Bill Shork)’ 방지 조항으로도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2항의 취지는 이용자가 국제전화 발생 즉시 안내를 받아 예상치 못한 요금폭탄을 막는 것이지만, 사실상 알뜰폰 고객은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더욱이 이러한 빈틈을 이용한 통신사와 알뜰폰간 책임 미루기가 계속되면 심각한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책적인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정부로 고객 민원이 들어오거나 하면 최대한 분쟁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뜰폰 사업자가 이용 트래픽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책도 요구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는 설명이다. 국제전화사업자와 통신사, 알뜰폰간 전산망을 실시간 연동하거나 일부 통합하는 방안은 구축 비용상 쉽지 않기 때문.
일각에서는 일부 알뜰폰업체들의 부실한 고객대응과 서비스도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통신3사는 국제전화 수신·발신을 차단하는 무료 부가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에넥스텔레콤을 비롯해 일부 알뜰폰업체들은 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고객센터 연결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