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에어부산 등 6개 회사의 '통매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회동을 갖고 현산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일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산업은행에 전달한 것으로 전헤졌다. 채권단이 던진 최종 제안에 대해서도 현산이 기존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계약 무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산이 채권단의 사실상 마지막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매각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로 넘어간다.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 문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이 국유화되면 계열사에 대한 처리도 도마 위에 오른다. 현재 아시아나항공과 같이 묶여 있는 매각 대상은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다.
채권단은 각 계열사의 사업이 안정되면 매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그 중 가장 빨리 매각될 수 있는 계열사로 꼽히는 것이 바로 아시아나IDT다.
아시아나IDT는 아시아나항공의 IT계열사로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76.22%를 가지고 있다. IT서비스기업으로선 차별화 요소라 할 수 있는 항공 및 물류관련 IT서비스 경험과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금융과 스마트 팩토리 분야에도 구축 사례를 확보하고 있다.
상장 이후 아시아나IDT는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그룹 내 항공 3사의 IT시스템 구축 및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저비용항공사(LLC)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2461억원의 매출, 11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다. 올 상반기에는 1002억원의 매출액과 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재직인원은 470여명이다.
표면적으로는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매출의 대부분이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에서 나오는 것이 한계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시스템 운영 및 아웃소싱 사업에서 매년 1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IDT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HDC와 매각협상이 무산되고 채권단 관리 체제로 넘어가면 일시적으로 아시아나IDT도 국유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현재 공공기업의 IT계열사로는 한국전력공사의 한전KDN 등이 꼽힌다. 국가기반인프라인 전력망과 관련한 IT사업을 전개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나IDT 역시 항공부문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 등 경쟁 항공사 등이 있는데다 채권단이 계열사 매각을 우선하고 있어 국유화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아시아나IDT 자체로선 매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있는 상황이다. 다만 매각 후 매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갈지가 관건이다. 매각작업이 본격화될 경우 매수측에선 아시아나IDT의 기존 사업에 대한 영속성이 중요한 문제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고속 등에 대한 시스템 운영과 아웃소싱 사업에 대한 일정 기간 보장이 필수적이다. 다만 과거와 같은 매출액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룹사의 우산을 벗어나게 되면 가격 면에서 가져갔던 이점도 사라진다.
최근 악재도 겹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 등을 매개로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을 지원해 특수 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계열사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한 가운데 아시아나IDT는 3700만 원의 과징금이 매겨졌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은 고발하기로 했다.
또 지난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수원대가 실시한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사업 입찰에서 담합한 GS ITM·동원CNS·아시아나IDT·한일네트웍스 4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6천7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4개 사는 수원대가 2012년에 실시한 차세대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사업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 회사와 들러리 회사 등을 합의하고 실행한 혐의다. 공정위는 아시아나IDT에 6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업계에선 상장사인 아시아나IDT가 매물로선 매력이 있다는 관측이다. IT서비스 업 확장에 관심이 있는 기존 기업 외에도 신규 진입하는 사업자와 우회상장을 통한 사업 확장을 꾀하는 곳 모두에게 일정 영업이익률이 보장되고 디지털 뉴딜 등 최근 정부 화두와 맞물리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