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매출 순위 ‘톱10’에 日 기업 전무…삼성 2위·SK 4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올해 상반기 세계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19에도 맑았다.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 1~2분기 대비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마찬가지다. 다만 모두가 웃지는 못했다. 업황 반등세에도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뒷걸음질했다. 일본 반도체 업계의 위기감이 더욱 짙게 느껴진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의 2020년 상반기 매출 순위에서 일본은 한 곳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처음으로 10위 안에 든 것과 대비된다. 과거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들이 다수 있었지만, 현시점에서는 중국 업체들에도 크게 밀리는 모양새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키옥시아(전 도시바메모리), 소니 등이 톱10에 들며, 일본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각각 낸드플래시, 이미지센서를 양산한다. 여전히 주력 분야에서 2위와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매출 반등이 주춤하면서 종합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소니의 경우 모바일 시장 위축에 따른 이미지센서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다른 업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파나소닉은 대만 누보톤에 반도체 관련 모든 지분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네덜란드 필립스 기술 기반으로 반도체 자회사를 만든 지 67년 만에 사업 철수다. 엘피다메모리 파산,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적자 전환 등 일본 반도체의 수난시대다.
강세를 보였던 일본 소재·부품 업체들도 지난해 대한(對韓) 수출규제 이후 부진의 늪에 빠졌다. 불화수소 1위 업체 스텔라케미파의 지난 2019년4월~2020년3월(일본 회계연도 기준) 영업이익은 24억700만엔(약 275억원)이다. 전년(35억2300만엔)대비 31.7% 떨어졌다.
같은 기간 JSR은 45억2610만엔에서 32억8840만엔, 스미토모화학은 1426억엔에서 1277억엔으로 영업이익이 1년새 급감했다. JSR과 스미토모화학은 각각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가 메인 제품이다. 세 업체가 최근 발표한 4~6월 실적 역시 전년동기대비 줄면서, 하락세가 멈추지 않았다. 반도체 업황이 좋았던 점을 고려했을 때, 부진은 더욱 뼈아프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선전했다. 삼성전자(2위), SK하이닉스(4위)는 상반기에 전년동기대비 12%, 13% 성장하면서 자리를 지켰다. 2분기 영업이익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삼성전자 60%, SK하이닉스 205.3% 증가했다. 서버, PC 등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양사는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 시장도 열었다. 기술 경쟁에서도 앞서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지난 2월, SK하이닉스 지난 8월 관련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은 아직이다.
수출규제 이후 국내 반도체 생태계 구축도 긍정적이다. 일본 소재 업체의 대안으로 솔브레인, 램테크놀러지, SK머티리얼즈 등이 떠올랐다. 국내 반도체 양대산맥은 자국 협력사와의 협업도 강화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최근 에스앤에스텍, 와이아이케이 등에 투자를 단행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3곳을 기술혁신기업으로 선정, 공동 연구개발(R&D)에 나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반도체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업계는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중국의 추격이 예상되지만,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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