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통신 분야 낡은 규제 혁신과 미디어 산업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5기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을 알렸다.
3일 한상혁 위원장은 제5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취임사를 통해 규제개혁을 비롯한 방송·통신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디어의 공적책임을 강조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위원장에 임명된 데 이어 이번에 연임되면서 3년 임기를 새로 시작하게 됐다.
한상혁 위원장은 “지난 4기 위원장 취임 이후 1년여간 유례없는 코로나19 재난 상황에도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고 자평하면서도 “방송통신 미디어가 상상도 못할 커다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만큼, 그동안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도전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디어 시장은 기존 지상파와 케이블TV 중심에서 IPTV가 도입되고 종편 채널이 등장했으며 OTT를 비롯해 국내외 미디어 플랫폼도 다양해졌다. 여기에 방송 기술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전환을 거쳐 초고화질 UHD로 진화했고, 이동통신기술도 3G·4G를 거쳐 자율주행·VR‧AR이 가능한 5G로 발전하고 있다.
한상혁 위원장은 “지상파 시청률이 낮아진 만큼 OTT 이용률은 급성장했고, 광고시장의 중심은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이전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은 국내 방송통신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면서 “시장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미디어 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덩달아 미디어의 공적 가치는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허위조작정보나 혐오표현, 사이버 범죄가 확산되고 이용자가 받는 피해 양상도 복잡해지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디지털미디어 격차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변화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져 5기 위원회 앞에 놓인 3년은 지난 4기 동안의 변화를 뛰어 넘을 만큼 크게 다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한 위원장은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라는 주역의 한 구절을 들며 “극한 상황에 이르면 변해야만 하고 변해야 통해서 오래 갈 수 있다”면서 “제가 연임하게 된 데에도 중차대한 변화의 시기에 정책의 연속성을 바탕으로 도전하고 개혁을 이루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5기 방통위의 비전과 정책과제를 이끌 여러 방향성을 제시했다. 먼저,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춰 미디어의 경쟁력과 공공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혁신한다는 게 첫 번째 원칙이다. 낡은 규제를 전면 혁신하고 디지털 융합 시대에 맞는 창의성과 자율성을 독려하기 위함이다.
미디어산업 측면에서는 ‘콘텐츠’ 경쟁력을 강조했다. 대대적인 콘텐츠 투자를 위해 수신료와 방송광고 및 방발기금을 포함한 미디어의 재원구조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지상파 UHD 정책은 시청자의 권익과 시장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OTT 등 새로운 미디어의 활성화 정책과 기존 미디어의 경쟁력 강화 정책을 균형 있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비대면 디지털 사회에 대비해 미디어복지와 디지털포용 정책도 강화한다. 한 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송통신 미디어는 재난방송이나 원격교육 등 우리 생활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다”라며 “전 국민이 디지털미디어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미디어교육과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예컨대 시청각장애인용 TV 보급, AI 기술을 활용한 자막‧수어 전환서비스 개발 등 소외계층과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미디어 이용환경을 개선하고, 원격교육에서도 소외되는 분야가 없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디지털포용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추진한다.
민간 팩트체크 시스템을 중심으로 가짜뉴스 대응체계도 개선한다. 한 위원장은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절감했다”며 “민간에서 팩트체크와 자율규제가 활성화되고, 이용자 스스로도 정보 판별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디지털성범죄물을 비롯한 불법유해정보 유통이 근절되도록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내외 기업 역차별 문제도 손본다. 한 위원장은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에 비해 불합리하게 차별받지 않고, 국민이 국내외 사업자의 다양한 서비스를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집행력과 실효성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근본적인 근본적인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미디어혁신기구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고 충분히 논의해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방송통신 미디어 업무는 여러 부서와 부처에 걸쳐 있어 소관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우리의 목표는 다르지 않다”면서 “오로지 국민의 편익을 앞에 두고 고민하면서 부서간 부처간 칸막이를 터서 신속한 현안 대응으로 국민이 편리한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