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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넷플릭스 나비효과…국내 미디어 생태계, 외산 콘텐츠에 점령되나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국내 미디어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 결국 KT가 넷플릭스 손을 잡았다. 당장 유력 콘텐츠 확보로 OTT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는 있겠지만 이제 태동한 국내 OTT 생태계가 외산 콘텐츠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KT(대표이사 구현모)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다음달 3일부터 올레 tv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31일 밝혔다.

올레 tv 고객은 월 9500원, 1만2000원, 1만4500원 중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해 추가로 결제하면 넷플릭스에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기존 넷플릭스 이용 고객이라면 올레 tv에서 이메일 주소 입력만으로 로그인이 가능하다. 과금도 KT 통신요금을 통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KT 고객 편의성은 높아지게 됐지만 국내 미디어 업계는 KT와 넷플릭스 조합에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IPTV에서 넷플릭스 영향력은 LG유플러스를 통해 입증됐다. KT IPTV 가입자는 850만이다. LG유플러스에 비해 가입자가 2배 가까이 많다.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KT도 LG유플러스와 마찬가지로 넷플릭스와 PIP(Platform in platform) 방식으로 제휴했다. PIP 방식은 플랫폼안의 플랫폼 형태의 서비스다. PIP로 들어가게 되면 콘텐츠 사업자는 유료방송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어떻게 소비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유료방송사들은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에게는 PIP 방식을 허용하지 않았다. 넷플릭스에만 특혜를 제공한 것이다.


그동안 SK텔레콤과 KT는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KT의 선택에는 LG유플러스 영향이 컸다. 먼저 넷플릭스와 계약한 LG유플러스는 가입자 증가 및 이미지 개선 효과를 톡톡히 봤다.

SK텔레콤은 지상파 방송3사 손을 잡으며 OTT에 대응했다. KT도 OTT 서비스 시즌을 선보였지만 현재의 OTT 경쟁은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라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소구할 만한 콘텐츠가 필요했다.

KT 커스터마 신사업본부 김훈배 본부장은 “LG유플러스 대리점에서는 IPTV에서 넷플릭스를 볼 수 있다고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며 “우리가 시즌을 내놨지만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누구 손을 잡아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고 말했다.

KT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 결국 콘텐츠 최강자 넷플릭스 손을 잡은 것이다.

넷플릭스는 SK텔레콤에게도 제휴 제안을 했다. 하지만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일언지하에 넷플릭스 제안을 거절했다. 한국 (이동통신시장) 1위와 세계 (OTT시장) 1위가 만나면, 한국의 미디어 생태계가 망가진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표는 사내 임원들에게 “생태계가 어느 정도 만들어질 때까지는 손을 잡을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KT가 가입자 모집 및 해지방어, 이미지 제고 등의 측면에서 넷플릭스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될 경우 SK텔레콤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결국, SK텔레콤은 남은 희망인 디즈니에 올인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디즈니가 SK텔레콤 손을 잡더라도 넷플릭스 사례를 보듯이 특정 플랫폼에 독점적 계약을 지속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결국 통신3사 모두 넷플릭스와 디즈니와 계약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 지위를 활용해 국내 콘텐츠 생태계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자칫 국내 OTT 시장이 해외 사업자 중심으로 형성될 수 있다. 정부도 국내 OTT 산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에서 KT와 넷플릭스 협력은 상당한 충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유료방송 코드커팅의 주범이 넷플릭스였는데 지금 한국의 유료방송사들이 넷플릭스를 앞다퉈 키워주고 있다”며 “이렇게 가다가는 미디어 산업 뿐 아니라 문화로서의 가치도 종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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