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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데이터 청년 인턴이 ‘쓰레기 일자리’라고?···무지가 불러온 논란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인간이 만든 건축물중에서 우주에서 유일하게 관측된다는 만리장성. 그러나 이 거대한 만리장성도 결국은 벽돌 한 장을 놓는데서부터 시작됐다.

최근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면서 디지털뉴딜 사업의 성공을 위한 ‘데이터 댐’ 건설 계획을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거대한 데이터댐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는 곳곳에 산재한 공공 데이터의 취합에서 시작된다.

지리하고 고단한 이 과정을 거쳐야만 데이터댐이 제대로 구축되고, 그래야만 경제성이 뛰어나고, 부가가치가 높은 데이터를 추출해낼 수 있다. 나아가 이는 국가의 인공지능(AI) 수준과도 직결된다. 중국이 AI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이유는 만리장성 쌓듯이 엄청난 데이터를 꾸준하게 축적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최근 '공공데이터 청년 인터십'을 시작으로 데이터댐 구축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이같은 국가 차원의 데이터축적 작업은 사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이미 3~4년 전부터 시동을 걸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공데이터 청년 인턴십' 사업을 놓고 예상치 못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이 4개월로 제한적이라는 점, 또 급여도 180만원으로 최저 임금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나쁜 일자리'라는 비판이 일어난 것이다. 여기에 정치권도 ‘쓰레기 일자리’ 등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해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공데이터사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없이 '단기', '최저임금'이라는 파편적인 단어를 모아 '저임금 단기 알바'라는 점을 지나치게 도식화한 결과다.

이미 주지하다시피 '공공데이터사업'은 단기간의 교육을 거친 인력을 투입시켜 진행하는 비교적 단순 데이터 정비 사업이다. 따라서 이 사업에 투입되는 인력은 고학력의 IT 전문 스펙이 요구되지 않으며, 고임금을 지급할 업무 영역도 아니다. 또한 업무 특성상 컴퓨터에 상대적으로 친숙한 젊은 층을 대상으로 인턴을 모집하는 것이다. 사업 성격 자체가 '단기 알바'일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인데도 기존의 일반적인 일자리 수준을 맞추지 못한다고 비판부터 하는 꼴이다.

정부는 이 사업에 당초 600여명을 모집하는 것에서 8000여명을 늘려 총 8600여명을 모집한다. 디지털뉴딜 사업의 일환인 만큼 경기 부양의 효과도 동시에 노리는 차원이다. 이 사업은 9월 1일부터 시작해 12월 18일까지 진행된다. 만 19세 이상부터 만 34세 이하 청년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전국의 공공기관에서 빅데이터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수행업무는 ▲공공데이터 개방 업무 ▲공공데이터 품질관리 업무 ▲공공데이터 실측·수집 업무 등이다.

◆“공공데이터 정비, 쓰레기 일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할 일”

IT업계 관계자는 “(공공데이터 사업은) 단순히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불필요하게 일거리를 만들어 예산을 낭비하는 사업이 아니다”며 “비록 단순한 업무지만 데이터 라벨링 등의 업무는 데이터 경제, AI 시대를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중국은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해 AI가 사물을 인식할 수 있도록 사진이나 동영상 등에 이름을 표기해 주는 대규모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AI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천명한 만큼 이번 청년 인턴십이든 아니면 다른 어떤 방식이든 간에 공공데이터 정비 작업은 반드시 지나쳐야할 길”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중국의 경우, 데이터 취합을 정부가 아닌 기업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우리와는 방식이 다르다. 그러나 사업주체가 누가되든 데이터 취합 사업이 가지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축적된 공공데이터의 효과는 긍정적이다. 이미 코로나19 상황에서 호평을 받은 ‘마스크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코로나19 지도 앱’도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된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결국 '공공데이터 사업'을 '쓰레기 일자리'라고 폄하하려면 그에 따른 대안도 함께 제시해야 건설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공데이터를 모으고 정비하는 초기 단계에선 사람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물론 OCR과 같은 기존 광학 문자인식시스템 등을 활용할 수 있으나 이 역시 훨씬 더 비용이 많이 들고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공공데이터 사업을 '쓰레기 사업'으로 폄하하는 것은 사업에 참여하는 인력들의 사기까지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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