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단말기 지원금에 대해 ‘차별이 곧 불법’이라는 단순한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 이용자의 진정한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차별적 지원금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이봉의 서울대학교 교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제도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학술토론회가 10일 서울 전국은행연합회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올해 2월 출범 이후 단통법 개선을 추진해온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 협의회’(이하 협의회)의 주요 안건을 발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 등이 주최했으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후원을 맡았다.
◆ 지원금 차별 금지, 이용자 이익에 부합할까
이날 일부 전문가들은 현행 단통법이 단말기 지원금 차별을 제한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내비쳤다. 통신사들의 차별화 경쟁을 무조건 금지하기만 해서는 시장경쟁을 촉진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 자칫 이용자 이익이 하향평준화되고 전체 몫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조발제를 맡은 권남훈 정보통신정책학회장(건국대학교 교수)는 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 이동통신시장에 대해 “통신사들은 포화된 시장에서 새로운 가입자 유치가 어렵기 때문에 경쟁자의 가입자를 뺏어오는 국지전 형태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특히 보조금 대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것만큼 효과적인 경쟁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업자들의 상품에 대한 차별화 경쟁을 무조건 나쁘게만 봐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권 교수는 “지금 시장은 휴대폰을 싸게 팔 수 있는 고객에겐 싸게 팔고, 비싸게 팔 수 있는 고객에겐 비싸게 팔고 있는데, 이를 아예 막아버리면 싸게 파는 것만 제한돼 이용자 입장에서는 전체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 완벽한 차별금지는 어렵다는 게 권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적절한 선을 그어야 하는데 그 지점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보조금은 어쨌든 경쟁수단인데 이걸 규제하면 전반적으로 경쟁이 약화되고 오히려 담합을 촉진하거나 불법행위가 더 음성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통법의 성과와 별개로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이봉의 서울대학교 교수 또한 의견을 보탰다. 이 교수는 “만약 단통법이 없었다면 이용자 차별은 좀 증가했을지라도 단말기 지원금 또한 같이 증가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는 “단지 단통법에서 금지한다는 이유 말고, 차별적 지원금이 왜 불법인지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차별이 곧 불법이란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단통법 이후 가계통신비 줄었다지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단통법의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단통법이 시행된 2011년 이후 이동통신시장의 시장집중도(경쟁 제한 또는 독과점 발생 가능성을 계량화한 수치)는 꾸준히 감소했다. 2013년 대비 2016년 고개요금제(순액 6만원 이상) 가입비중은 66.9%에서 14.3%로, 부가서비스 가입비중도 43.2%에서 6.2%로 급감했다.
단통법이 절대요인은 아니지만 가계통신비도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대비 2019년 19.5% 감소했다.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포함한 총 통신비 부담은 5년새 15만2792원에서 12만3006원으로 줄었다. 오히려 단말기 비용은 9456원에서 2만8313원으로 늘었지만 통신사 요금은 14만3098원에서 9만4477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정욱 국방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지표를 통해 “가계통신비의 감소는 요금이나 단말기 가격 인하를 통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단말기 교체주기가 연장됐고 저가 단말기가 증가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이처럼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정책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음에도, 높은 보조금을 주고받지 못하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변 교수는 “요금과 단말기 가격 인하,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다”면서 “어떤 토끼의 편익이 더 큰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단통법을 폐지·완화해 시장 활성화에 치중할 경우 가계통신비가 증가할 수 있고, 반대로 단통법 규제를 강화할 경우 불법보조금 양산 등 유통시장 위축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경원 동국대학교 교수 역시 단말기 유통에 관한 단통법이 요금·품질 경쟁을 촉진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단통법이 명시하는 부당한 차별 금지, 보조금 상한, 공시행위 규제 등은 보조금 경쟁을 요금 경쟁으로 치환하기 어렵다는 것. 그러면서 “단말기 보조금은 매력적인 경쟁 수단”이라고 언급했다.
홍명수 명지대학교 교수는 “지원금 규제가 통신요금 인하와 서비스 경쟁으로 이어지려면, 단통법을 넘어선 통신법 체계 전반에서 통신사업자의 자율영역 확대를 논의해야 한다”며 “지원금 차별 규제는 정당성을 찾기 어렵고 모든 이용자에 최소한 제공되어야 할 서비스의 기준과 조건을 제시하는 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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