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통신3사가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유통망 상생지원을 약속했다. 코로나19발 경기침체를 풀고 매출 직격탄을 맞은 휴대폰 유통시장과 동반성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정작 유통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표정이다. 그간 통신사업자들의 보조금 출혈경쟁이 매년 반복돼온 만큼 정부와 업계의 꾸준한 감시와 책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사들이 내놓은 상생협약의 실효성 확보도 과제로 남는다.
8일 통신3사는 이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개최한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작년 5G 상용화 직후 벌어진 불법보조금 대란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며, 올 하반기 중소협력사와 유통망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각사별로 SK텔레콤은 올 상반기 지원규모와 비슷한 약 5000억원 안팎의 지원책을 하반기에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동반성장펀드는 상반기(650억원)보다 확대된 950억원으로 편성한다. KT는 이번 하반기 1000억원 이상을 쏟는다. 이중 486억원이 유통망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는 대리점뿐만 아니라 판매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같은 기간 770억원을 투입, 유통망 경영 안전 및 인건비 자금을 지원한다.
다만 통신사들은 5G 불법보조금 살포와 관련해 방통위로부터 총 512억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SK텔레콤 223억원, KT 154억원, LG유플러스 135억원 등이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이하 단통법)’ 등장 이후로 보면 최대 규모다. 지난 2018년 방통위는 통신3사에 506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이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에 유통업계는 통신사들의 상생협약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 3만5000여개 대리·판매점을 대변하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DMA)는 “지난 315 상생협약 역시 아직 이행되지 않은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촉구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입장을 전했다.
실제, 통신사업자와 유통업계는 작년 3월15일 불법 모니터링 체계 구축 및 적정단가 마련, 상생협의체 구성을 골자로 한 협약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핵심쟁점인 불법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실상 협의체 구성을 제외하면 먼저 발표된 협약내용조차 전개가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 이날 전체회의에 참여한 허욱 방통위 상임위원은 “그동안 3차례의 단통법 시정명령이 있었고, 온라인채널 제재 당시에는 사업자들이 상생협약을 지키겠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는데, 한달도 지나지 않아 3사 모두 법 위반 행위로 상생협력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방통위 제재 조치가 결국은 유통 현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과징금 경감에 대해서는 유통망에서도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로 일선 대리·판매점들은 매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통신사들도 수천억원씩 지원책을 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사업자의 상생의지를 독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방통위는 통신3사에 대한 기준 과징금에서 총 45%를 감경해줬다. 사무처는 이날 전체 회의에 기준 과징금에서 30% 감경안과 40% 감경안을 올렸었다. 사무처에서 보고한 과징금안에서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나서 금액을 줄여준 것은 첫 사례다.
이와 별개로 이번 방통위 심결에서 LG유플러스가 대안으로 제시한 ‘온라인전문점 활성화’에 관해 유감의 목소리도 나온다. LG유플러스 측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온라인 판매를 온라인 아닌 곳에서 할 때 시장교란 행위가 벌어진다”며 “온라인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불법 유통채널 가운데 온라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불·편법을 근절해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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