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지 1년이 다 돼 간다. 일본은 작년 7월1일 국내 기업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를 발표했다. 작년 7월4일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활용하는 ▲폴리이미드(PI) ▲포토레지스트(PR) ▲불화수소(HF) 3종에 대해 한국 기업을 포괄적 수출 허가제에서 제외했다. 작년 8월부터 한국을 일반포괄허가 대상(화이트리스트)에서 삭제했다.
일본이 우리 경제를 볼모로 과거사 문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한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해외도 같은 평가를 했다. 한국은 수입 다변화와 국산화로 맞섰다. 정부는 소재 부품 장비 산업 육성에 힘을 쏟았다.
우리나라의 수출규제 품목 3개에 대한 대응은 성공적이다. 생산 차질은 없었다. 정부는 연내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폴리이미드는 주로 접는(folderable,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쓰인다. 디스플레이를 보호하기 위해 붙이는 필름 형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SK이노베이션 SKC 등이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대체물도 있다. 초박막강화유리(UTG)다. ‘갤럭시Z플립’에 첫 상용화했다. 이미 폴더블 스마트폰은 UTG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추세다. 삼성디스플레이 도우인시스 코닝 쇼트 등이 움직이고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 사용한다. 일본 수출 규제로 동진쎄미켐 등이 수혜를 입었다. 극자외선(EUV) 공정용 포토레지스트는 아직 국산화가 안 됐지만 시장이 크지 않아 버티기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회 수입원을 찾았기 때문이다. 미국 듀폰은 충남 천안에 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을 구축키로 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를 만들 때 필요 없는 부분을 씻어내는데 이용한다. 문제가 됐던 부분은 초고순도 분야다. 순도가 높아야 불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본 기업이 독점과 다름 없는 시장 지배력을 가졌었다. 일본이 마지막까지 개별 수출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솔브레인 SK머티리얼즈 등이 생산량을 늘리고 완제품 업체는 초고순도 불화수소 사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공정을 수정했다. 중국과 미국 수입을 늘렸다.
타격은 일본 기업이 받았다. 폴리이미드 1위 스미모토화학의 작년 영업이익은 1277억엔. 전년대비 10.5% 감소했다. 포토레지스트 선두 JSR의 작년 영업이익은 32억8840만엔이다. 전년대비 27.4% 줄었다. 불화수소 1위 스텔라케미파는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1.7% 감소한 24억700만엔에 그쳤다.
한편 한국과 일본의 수출규제 원상복귀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했다. 단기적 타격은 없었지만 수출규제 지속은 불확실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이 수출 제한 품목을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