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이 논란이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방침이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검찰이 이를 따라야 한다는 측과 따르지 말아야 한다는 측이 맞서고 있다. 이쪽도 저쪽도 여론재판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28일 검찰 수사심의위 개최 2일이 지났지만 결정에 대한 설왕설래가 여전하다. 지난 26일 검찰 수사심의위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관련 검찰의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키로 했다.
수사심의위는 250명의 각계 전문가 중 15명을 추첨으로 뽑았다. 14명이 출석했다. 13명이 표결했다. 10명이 수사 중단과 불기소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언론 등을 통해 “검찰의 소명이 부족했다. 이 부회장 등의 변호인단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다. 경제 위기도 반영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 2018년 11월 시작했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불법을 조장하고 관여했다고 의심했다. 지난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실장 ▲김종증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자본시장법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불구속재판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선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수사심의위 결정은 권고다. 검찰의 수용 여부가 관심사가 된 이유다. 각계 전문가지만 법적 전문성은 떨어진다. 이 부분도 이번 결정에 대한 신뢰성에 흠집이 됐다.
기소를 해야 한다는 측은 수사심의위가 쟁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법리 대신 여론을 택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반대로 봐도 성립한다. 검찰은 1년 8개월 동안 수사를 했지만 누가 봐도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수사심의위 전문성을 문제 삼는 사람 역시 법조인은 아니다. 기소를 해야 한다는 의견은 삼성에 관한 비우호적 여론이 기반이다.
삼성도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다. 유죄가 아니면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부담스럽게 여겼다. 수차례 입장문을 통해 “유죄 심증 기반 기사는 객관적 사법 판단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라며 “삼성은 물론 우리 경제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기소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측은 수사심의위 탄생 배경에 초점을 맞췄다. 수사심의위는 지난 2018년 만들었다. 검찰 자체 개혁안이다. 검찰의 기소독점을 견제할 장치로 도입했다. 그동안 8차례 열렸다. 결정은 권고지만 모두 따랐다. 다만 이전에는 검찰이 수사심의위를 요청했다. 검찰 명분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했다. 이번엔 이 부회장 등이 신청했다. 결정도 검찰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났다. 검찰 구미에 맞지 않아도 취지를 따를지 관심이 모인다.
삼성은 몸을 낮췄다. 검찰과 여론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변호인단은 “검찰수사심의위 위원의 결정을 존중한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게 기업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준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짧은 입장을 내놓는데 그쳤다.
한편 칼자루는 검찰 손으로 넘어갔다. 고심이 깊어진다. 대내외 상황이 좋지 않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여전하다. 윤석열 검찰총장 리더십이 흔들린다. 검찰개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 기소는 유무죄를 떠나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