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현대HCN의 물적분할에 관한 정부심사가 시작됐다. 이번 분할은 현대HCN 매각을 위해 지분구조를 단순화하려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포석이다. 정부 승인과 함께 본입찰까지 매각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 이하 과기정통부)는 현대HCN의 물적분할을 위한 변경허가 및 최다액출자자 변경 신청에 대해 서류 검토에 돌입했다. 실무진이 신청서를 확인하고 보완이 필요하지 않은지 1차 작업을 끝내고 나면 심사위원회를 소집해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간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케이블 자회사 현대HCN의 방송통신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HCN을 ‘현대퓨처넷’(존속법인)과 ‘현대에이치씨엔’(신설법인)으로 나누고, 현대퓨처넷이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단순 물적분할 방식이다. 분할기일은 11월1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현대HCN의 경우 동일한 지배구조 내에서 개편하는 것으로, 계열사가 제3자에 넘어간다거나 실질적인 지배구조 변경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심사 과정에서 크게 문제삼을 부분은 없을 것”이라면서 “가급적 정해진 기한 내에 심사를 마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방송법 시행령 제15조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현대HCN이 변경허가를 신청한 4월27일을 기점으로 90일 이내 심사를 완료해야 한다. 최다액출자자 변경 심사 역시 신청일인 5월21일로부터 60일 이내 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소 7월 안에 끝내야 하는 것.
다만 서류가 미비하다고 판단될 경우 일정이 미뤄질 수도 있다. 서류 검토와 보완 요청 등 본 심사에 앞선 준비 기간은 법정 심사기한에서 제외될 수 있어서다. 물론 단순 물적분할인 만큼 분할기일 전에는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더 크다.
현대HCN은 “공시 상으로 분할기일 목표를 11월로 잡은 것이지, 정부 승인 절차가 더 빨리 진행된다고 하면 분할 일정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의 분할 심사가 완료되는 대로 현대HCN의 매각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HCN의 물적분할 이후 곧바로 신설법인의 지분 매각을 꾀하고 있다. 일부러 케이블TV 사업만을 따로 떼어내 매각하려는 것도 인수합병(M&A) 추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정부 심사와 함께 입찰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예비입찰을 수월하게 끝내고 본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모두 입찰 의향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국내 유료방송시장을 두고 힘 겨루기 중인 3사의 치열한 견제를 예상하고 있다.
오는 본입찰에서 원매자와의 협의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질 경우 이르면 올 하반기 매각 대상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의 M&A 심사라는 큰 산이 남아 있는 만큼 실질적인 매각 작업은 내년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이 아닌 인수 형태일 경우 방송통신위원회 심사 결과도 반영돼야 한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 입장에선 서두를 수밖에 없다”면서 “케이블 사업의 시장 하향세를 감안할 때 시간이 갈수록 현대HCN의 가치 보전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HCN 자체가 알짜 매물로 꼽히긴 하지만 결국 관건이 되는 것은 가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HCN은 국내 유료방송시장에서 3.95%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KT+KT스카이라이프 31.52%,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4.91%,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24.17% 순으로 통신사들의 파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현대HCN의 점유율은 LG와 SK 간 순위 경쟁의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