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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거품?…현대HCN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현대HCN이 매각이 본격화됐다. 26일 마감된 예비입찰에는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3사가 예상대로 모두 참여했다. 치열한 경쟁으로 현대HCN의 가치가 폭증할지, 아니면 헐값신세로 전락할지 통신방송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0년 중반 이후 유료방송 시장은 IPTV 강세로 전환됐다. 케이블TV는 시장 1위 CJ헬로가 매각을 선언한 이후 엑소더스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그룹이 재무가 탄탄한 현대HCN을 매물로 내놓은 이유도 유료방송 시장의 추세적 흐름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HCN은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다. 시장점유율은 5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 중 5위지만 이익률이 상당하다. 현대HCN의 매출은 3000억원 수준이지만 꾸준히 10%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다. 부채비율도 9.4%로 낮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08억원으로 매출이 3배 이상인 LG헬로비전(206억원)을 앞서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현대HCN의 가치는 5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현대백화점이 5000억원 이하에 팔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는 꽤 오래됐다.

하지만 통신사들 생각은 다르다. 통신사들이 최근 유료방송 M&A를 대하는 원칙은 '오버페이는 없다' 이다.

통신사들이 케이블TV를 인수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가입자 확대다. 늘어난 미디어 가입자를 통해 주력사업인 유무선 결합상품 강화, 홈쇼핑 사업자와의 협상우위력 확보 등이 주요 관심사다.

케이블TV 가입자들의 월평균매출(ARPU)은 1만원 남짓한 수준이다. 케이블의 네트워크 자산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딜라이브 매각이 수년째 불발되고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현 LG헬로비전) M&A가 무산되면서 케이블TV를 바라보는 통신사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특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인수합병을 통해 MSO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됐다.

MSO는 물론 상당수 SO(종합유선방송사)들이 잠재적 매물이 됐고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각각 시장 1~2위 사업자를 인수, 합병한 상황에서 조급할 것도 없다. 가뜩이나 올해는 코로나19로 허리띠를 조여야 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현대백화점도 헐값에 넘길 생각은 없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현대HCN은 매우 탄탄하다. 케이블TV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단기간에 실적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인수자는 SK텔레콤이다. 자금력, 의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하면 그렇다. IPTV 2위였던 SK텔레콤(SK브로드밴드)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현 LG헬로비전)을 인수하며 3위로 내려 앉았다. 1위 KT를 쫓아야 할 SK텔레콤에게 세 번째 숫자는 어색하다. SK텔레콤은 웨이브 출범 등 미디어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HCN 인수합병에 나설 이유가 충분하다.

문제는 돈이다. 2016년 CJ헬로 합병에 실패한 SK텔레콤은 이후 미디어 기업간 인수합병에 큰 돈을 쓰려하지 않고 있다. 티브로드도 태광과의 지분교환 식으로 합병을 성사시켰다. 방송시장 2위 3위가 문제가 아니다. 내실을 생각한다면 큰 돈을 쓰기 어렵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다보니 대외적으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예비입찰에도 마지막으로 접수했다.

LG유플러스 역시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인수 이후 LG헬로비전 주가가 크게 떨어지며 현재로서는 손해를 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미디어 가입자 증가에 따른 시너지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통신, 방송 대부분 분야에서 3위였던 LG유플러스가 성장하는 유료방송에서 2위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이 먼저 현대HCN에 매각의사를 타진했지만 최근 더 거론된 사업자는 LG유플러스다. 시장에서는 현대백화점이 LG유플러스를 이용해 SK텔레콤의 구매욕구를 키우려 한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한편에서는 LG유플러스가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조달이다.

KT는?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자금력이 부족해서도, 의지가 없어서도 아니다. 유료방송 1위, 위성과 IPTV 두개의 방송플랫폼을 가진 KT가 케이블TV 플랫폼까지 인수하는 것을 규제기관이나 국회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입찰에 참여했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았다. 작년까지의 분위기라면 아마도 공정위 심사 단계에서 불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 문제를 푸는 것은 KT 몫이다. 유료방송 시장재편 과정에서 KT도 결국은 하나의 MSO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 시점을 앞당길수도 있다.

현대HCN이 매력적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오버페이를 하며 서로 차지하려는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이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1차목표를 달성했고 케이블TV 내부사정에도 통달했다. 코로나19로 대외 여건도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예비입찰이기 때문에 일단은 참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사실상 본입찰 참가가 어렵다. 일단은 통신3사 모두 이번 예비입찰을 통해 현대HCN의 속사정을 자세히 파악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이었을까? 27일 장초반 18% 상승하며 기세좋게 출발했던 현대HCN 주가는 한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가 0.32% 상승으로 마감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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