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시스템반도체에서 약세를 보여왔다. 메모리반도체 1~2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맞춰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메모리는 소품종 다량생산 체제로, 한 회사가 전공정을 처리한다. 최근 후공정 외주가 늘고 있지만, 시스템처럼 활발하지는 않다.
따라서 주요 팹리스 업체들이 대만 외 지역에서의 반도체 양산 비중을 높이고 있는 부분은 국내 업계에 호재다. 미·중 무역분쟁, 기술유출 우려 등의 이슈가 있는 중국보다는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다.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성장과 직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파운드리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퀄컴 5세대(5G) 이동통신 모뎀 칩 공급 계약을 따내는 분위기가 좋다. TSMC가 독점해온 애플의 아이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물량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대만 OSAT가 TSMC 덕을 본 것처럼, 한국 OSAT도 삼성전자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네패스, 엘비세미콘, SFA반도체, 하나마이크론, 테스나 등이 대표적인 외주업체다. 현재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반도체의 패키징, 테스트 공정을 담당하고 있다. 대만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반도체 물량이 많아질수록, 이들 업체의 작업량도 증가한다.
삼성전자도 극자외선(EUV) 공정 도입을 통한 자체 역량 강화는 물론 팹리스와 파운드리 가교역할을 하는 디자인하우스, 팹리스, OSAT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퀄컴, 애플 등이 공급처 다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업계에서도 준비가 필요하다. 기술력이 없으면, 물량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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