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달성하자 전 세계가 한국 영화를 주목하고 있다. 음악에선 BTS(방탄소년단)이 빌보드 뮤직 어워드 1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한류를 일으켰다. ‘K컬처’ 전성시대다.
한국 게임엔 세계가 주목할 주인공이 없을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빌보드 어워드만큼 일반엔 알려지진 않았으나 게임엔 고티(GOTY, Game Of The Year)가 있다. 말 그대로 ‘올해의 게임’이다.
고티는 국외 주요 시상식이나 유명 매체들이 선정하는 상을 두루 통칭하는 말이다. 이 때문에 업계와 게이머들은 몇몇 유력 주최의 시상보다는 ‘한해 고티를 얼마나 가져가느냐’를 주목한다. 최다 고티 수상작을 그해 최고의 게임으로 대우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예를 들어 2015년엔 ‘더 위쳐3’가 고티 257개를 가져갔다. 더 위쳐3는 역대 고티 수상작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게임이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위쳐 드라마 시즌1이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기록적인 게임의 성공이 드라마화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솔 진출 뜸하다보니…고티와 인연 먼 한국 게임=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상반기 콘텐츠 산업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문화콘텐츠 전체 수출액에서 게임의 비중이 33억3033만달러(약 3조9300억원)로 69.2%에 달한다. 게임이 K컬처의 수출을 견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게임의 수출은 PC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에 편중돼 있다. 고티 시상을 주도하는 서구 게임 시장을 들여다보면 TV로 즐기는 비디오게임, 이른바 콘솔이 주류를 이룬다.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489억6800만달러(약 57조9300억원)로 여전히 성장 중이다.
‘영화적 서사’가 강조된 액션 어드벤처와 슈팅(FPS) 등 주류 장르의 게임들이 고티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도 한국 게임엔 장벽으로 존재한다.
콘솔 게임들은 영화처럼 보통 엔딩이 있다. 그만큼 밀도 있게 서사를 구축하게 되고 기승전결도 뚜렷해진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엔 엔딩이 없다. 이용자들에게 이야기 전개의 주도권을 넘겼다. 커뮤니티 활성화에 중점을 둔 온라인게임들은 고티와 인연이 멀었다. 한국 업체들이 액션 어드벤처와 슈팅 등 서구에서 인기를 끄는 게임 출시가 뜸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한국 게임 저력 보여준 ‘배틀그라운드’=국내 업체가 내놓은 세계적인 흥행작을 꼽으라면 크래프톤(옛 블루홀) 자회사 펍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를 첫손에 올릴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동서양 가릴 것 없이 세계 전역에서 흥행한 슈팅 게임이다. 최후의 1인을 가리는 배틀로얄 모드를 성공적으로 슈팅에 접목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콘솔, PC, 모바일 등 주요 플랫폼에 모두 진출했다. 북미·유럽 시장을 슈팅 장르로 뚫었다는 것에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덕분에 2018년 크래프톤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섰다.
서구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면서 고티 수상도 이어졌다. 배틀그라운드는 한국 게임 중 최다인 10개의 고티를 수상했다. 이전 기록엔 엔씨소프트 길드워2가 5개 고티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배틀그라운드 고티 넘어설 게임 나올까=일단 콘솔 시장 진출을 선언한 업체들을 물망에 올릴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서구 게임 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콘솔에 진출해야 고티 수상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넥슨과 넷마블, 엔씨 등 빅3와 유력 업체들은 모두 콘솔 플랫폼을 진행했거나 이미 준비 중이다. 이들 기업 중에서도 펄어비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이 업체는 모든 차기작을 콘솔과 PC에 우선 대응한다고 발표했다. 경쟁사의 모바일 우선 전략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펄어비스 창업자인 김대일 이사회 의장이 직접 고티를 언급한 적도 있다. 김 의장은 지난 2018년 미디어 인터뷰에서 “제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게임 매체가 선정하는 올해의 게임(GOTY)상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작년 '지스타 2019'에서 ‘붉은사막’과 ‘플랜 8’, ‘도깨비’ 등 신작을 최초 공개했다. 모두 자체 제작한 신형 엔진(게임개발도구)으로 만들고 있는 블록버스터(AAA)급 게임들이다.
이 중에서도 ‘붉은사막(크림슨데저트)’은 검은사막을 잇는 플래그십 타이틀로 분류된다. 수많은 용병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회사 측은 “밀도 높은 시나리오 미션과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