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 지 1년이 지났다. 융한산업을 촉진하고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 시작한 ICT 규제 샌드박스는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 기업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지난해 신청과제 120건 중 85%를 처리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아직 갈 길은 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1호 ICT 규제 샌드박스 신청기업 ‘모인’에 대해 1년이 넘도록 결론을 쉽사리 내지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서비스를 운영하는 모인은 암호화폐를 활용하고 있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정부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기약 없는 보류 상태다.
차량 공유서비스, 영상정보 활용을 통한 빅데이터, 원격의료‧바이오, 블록체인 등 신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술‧서비스도 기존 산업과의 충돌 또는 개인정보보호 위반 소지로 여전히 문턱에 걸려 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업환경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5위를 차지했으나, 창업 분야에서는 11위에서 33단계로 하락했다. 정부가 혁신을 강조하는 시간, 산업 현장에서는 규제에 발 묶여 국내를 떠날 수밖에 없다는 기업들의 쓴 소리가 나온다. 국내 건강‧의료 정보를 사용하지 못해 중국에 진출한 헬스케어 기업, 일본으로 향하는 핀테크 기업, 미국으로 가는 자율주행 기업에 대한 뉴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신산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 적시 대응해 기술력을 갖춰 내실 있는 몸집을 키울 수 있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기업하기 좋은 토대를 만든다면 우수한 스타트업들이 육성되고 신산업 육성도 따라오게 된다. 궁극적으로 경제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이해관계자와의 충돌, 부처 칸막이, 법제도 정비 등 넘어야 할 과제들을 수없이 만나게 된다. 이를 빠르게 넘어, 규제로 싹트지 못한 기업들을 밀어주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 바로 규제 샌드박스다.
지난 30일 과기정통부는 ICT 규제 샌드박스 2년차를 맞아 올해 혁신의 실험장을 넓히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과기정통부 발표대로 극심한 갈등으로 해결되지 못한 신청과제에 대해서도 해답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하고, 관련 제도 정비를 꾀해 올해는 본격적인 혁신의 마중물로 자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