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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이냐 ‘팀플레이’냐…기로에 선 한국 OTT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분절된 OTT로는 글로벌 대작 콘텐츠를 만들기 어렵다. 힘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 아시아 전체가 하나의 ‘팀(Team)’이 되어야 한다.”(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요동친다. 밖으로는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거대 자본을 앞세워 오리지널 콘텐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안으로는 국내 OTT 플랫폼이 삼파전을 형성했다. 통합 OTT 웨이브와 CJ ENM·JTBC 연합군에 이어 이번엔 KT가 출사표를 던졌다.

28일 KT는 신규 OTT ‘시즌’을 출시하며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넷플릭스와 웨이브가 선점하던 국내 시장에 뒤늦은 참전이다. 하지만 인터넷TV(IPTV) 시장에서 800만 이상 가입자를 보유한 만큼 만만찮은 플레이어로 꼽힌다. 국내 합종연횡이 갈수록 거세지는 형국이다.

그에 앞서 25일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던진 ‘팀 아시아’ 화두는 그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OTT 강자들에 맞서려면, 남은 OTT들이 각자도생 대신 개방과 협력을 택해야 한단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OTT들은 최근 들어 콘텐츠 협력 생태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그간 독점 콘텐츠 확보를 강조해온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마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콘텐츠사업자(CP)와 여러 플랫폼 간의 긴밀한 콘텐츠 협력도 이전보다 더 활발해진 추세다.

넷플릭스의 경우 최근 한국 콘텐츠JTBC 자회사인 JTBC콘텐츠허브와 다년간에 걸친 콘텐츠 유통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CJ ENM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과도 콘텐츠 제작과 글로벌 유통을 위한 전략 제휴를 맺고,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주식 일부를 사들이기도 했다.

신규 OTT 서비스 ‘시즌’을 출시한 KT 역시 ‘오픈 플랫폼’ 전략을 강조했다. 현재 KT는 시즌에서 선보일 콘텐츠를 SBS, JTBC, CJ 계열 등과 함께 만들고 있다. 미국 디스커버리와 콘텐츠 공동제작 제휴를 맺은 데 이어 디즈니와도 콘텐츠 협력을 타진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김훈배 KT 뉴미디어사업단장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중요한 화두인데, 사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수급이 어려워 자체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게 시초”라면서 “OTT 시장 전체가 동시에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화두를 던져본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기존 OTT 시장의 독점 콘텐츠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단 해석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최대한 확보해야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게 불문율로 작용했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 투자 규모도 갈수록 늘어나 넷플릭스의 경우 연간 18조원에 달했다.

동시에 콘텐츠 경쟁과 견제도 한층 심해졌다. 디즈니가 OTT 출시를 앞두고 넷플릭스에 공급하던 일부 콘텐츠 계약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 탓에 오히려 플랫폼들의 콘텐츠 수급이 더욱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에서는 국내 제2의 OTT 연합이 결성될 가능성도 제시한다. 당초 KT와 LG유플러스, CJ ENM 등이 신규 OTT 결성에 손잡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내년 출범할 CJ ENM·JTBC 합작법인에 이들 모두 동참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여전히 OTT에게 중요한 경쟁력이지만 지금처럼 규모의 경제로 흘러가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특히 막강한 IP를 등에 업고 출시 하루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달성한 디즈니의 공세가 경종을 울렸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넷플릭스도 최근 북미 시장에서 가입자 증가세가 꺾였고, 국내 OTT는 말할 것도 없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1등 플레이어를 따라잡으려면 남은 플레이어들이 자금과 경험을 모아 팀플레이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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