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안경을 썼더니 100인치 대화면이 펼쳐진다. 집에서 TV를 보는 것처럼 예능과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인기 아이돌이 눈앞에서 춤추는 것도 볼 수 있다. 트레이너가 운동 동작을 직접 알려주기도 한다. 증강현실(AR) 기술이 적용된 AR글래스가 TV와 스마트폰에 이어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간담회를 열어 엔리얼이 만든 AR글래스 ‘엔리얼 라이트’를 소개하고 AR 서비스 전략을 공개했다. LG유플러스는 이날부터 시범 서비스를 거쳐 내년 상반기 엔리얼 라이트를 국내에 독점 출시할 계획이다. 향후 AR글래스 상용화를 선도하겠단 구상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4월 5G 상용화 이후 킬러 콘텐츠 중 하나로 AR서비스를 주목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해왔다. 올해에만 100억원을 투자해 AR 스튜디오를 개소하고 고품질 AR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왔다. 연말까지 AR 콘텐츠를 1500편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아이돌, 키즈, 스포츠 등 장르도 다양화했다.
AR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면서 하드웨어 영역도 확장했다. 그게 AR글래스다. 송대원 LG유플러스 미래디바이스담당 상무<사진>는 “기존에 제공해온 AR 서비스는 스마트폰의 6~7인치 화면에 한정된 만큼 현실감이나 몰입감에 제약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스마트폰을 AR 글래스에 연결하기만 하면 100인치대 대화면 시청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엔리얼 라이트는 88g의 초경량 무게와 499달러 가격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간 마이크로소프트나 매직 리프 등 경쟁사들의 AR글래스가 400~500g 무게에 2000~3000달러 고가로 책정된 것을 생각하면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이는 글래스 자체에 CPU를 탑재하지 않고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플러그앤플레이 방식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엔리얼 라이트를 착용하고 스마트폰에 유선으로 연결하기만 하면 LG유플러스의 모든 AR 콘텐츠를 바로 볼 수 있다. U+모바일tv를 통해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프로야구·골프·아이돌Live 등 스포츠 및 공연 중계를 AR로 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제 집에서 TV를 보는 대신 AR글래스를 쓰고 누워서 미디어를 감상하는 것이 일상화될 수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증강된 아이돌과 함께 춤을 출 수도 있고, 요가 강사나 트레이너의 동작 설명을 눈앞에서 듣고 따라할 수도 있다.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스마트폰 내 어플이나 게임도 AR글래스와 연동해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AR글래스를 착용하고 포켓몬고와 같은 증강현실 게임을 더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AR글래스를 B2C에 이어 B2B 영역으로까지 확장할 방침이다. 내년 1분기 LG하우시스 프리미엄 스토어에 AR글래스를 적용해 원하는 공간에 원하는 제품을 꾸밀 수 있는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스페이셜’과 협력해 선보일 텔레프레젠스(원격회의), AR글래스 기반 클라우드 PC 서비스도 주목된다.
송대원 상무는 “엔리얼 디바이스를 바탕으로 현재 제공하려는 고객용 서비스 외에 B2B향으로도 계속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스페이셜과 준비하고 있는 오피스용 글래스 외에도 AR 내비게이션이라든가 산업현장에서 AR글래스로 원격 제어를 할 수 있는 시스템 등 다양한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는 증강·가상현실(AR·VR) 상용화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다. 박재규 LG유플러스 AR사업팀장은 “지난 4월 5G 상용화 이후 AR·VR에서만 월 사용자(MOU)를 각각 10만명, 13만명 확보했다”면서 “내년에는 최소 2배 이상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100억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