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테스트베드’는 새로운 기술 제품 서비스의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 혹은 시스템, 설비를 말한다.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위해 출시하는 시장을 일컫기도 한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테스트베드로 꼽히는 대표적 국가다. 정부가 5세대(5G) 이동통신 세계 최초 상용화를 추진한 것도 5G 기술 제품 서비스의 테스트베드가 돼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세계 최초 상용화를 한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 한 달 한국은 5G 테스트베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통신사는 5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최적의 셀 설계 방식을 도입했다고 했지만 현장 상황은 달랐다. 5G는 기존에 사용하던 주파수보다 높은 3.5기가헤르쯔(GHz)와 28GHz를 사용한다. 주파수는 고주파일수록 서비스 범위가 줄어든다.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한 지역에서도 서비스 만족도가 떨어졌다. 통신장비 업체는 생산과 최적화를 동시에 진행했다. 아직도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스마트폰은 통신장비와 호환이 잘 되지 않았다. 통신칩, 스마트폰, 통신장비를 같은 회사가 만들었는데도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잘 굴러가던 롱텀에볼루션(LTE)까지 장애가 생기기도 했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줬다. 수차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추가 기지국 설치 등 5G 안정화를 위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실제 환경을 테스트베드로 쓸 수 있다는 점은 누군가의 손해를 수반한다. 소비자다. 통신서비스와 장비업체, 단말기와 칩셋업체 등 업계가 지난 한 달 얻은 수확은 향후 5G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이 받은 수업의 수업료는 소비자가 부담했다. 5G 통신비도 5G 단말기도 소비자가 냈다. 한국 소비자가 돈을 내고 테스트베드 참여자로 나선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삼성전자 첫 접는(foldable, 폴더블)폰 ‘갤럭시폴드’ 출시일 재공지가 임박했다. 당초 지난 4월 미국에 출시하려 했지만 신뢰성에 흠집이 생겨 출시가 미뤄졌다. 폴더블폰은 큰 화면과 휴대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폼팩터로 주목을 받는 제품이다. 새로운 폼팩터의 제품이 자리를 잡기 위해선 다양한 환경에서 시험이 필요하다. 출시 연기도 제조사가 예측하지 못했던 위험요소를 발견했기 때문. 이번엔 한국에 먼저 판매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새로운 폼팩터의 이용행태를 살피는 테스트베드는 환영이지만 새로운 폼팩터 내구성 테스트베드는 사양이다. 내구성 테스트는 회사 돈으로 하는 것이 맞다. 경쟁사가 출시 시기를 정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