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추위보다 무릎이 저려오는 것보다 더 견딜 수 없는 건, 늘 혼자라는 외로움이다. 하루에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허다하다. 외로운 어느 날 ‘누구’가 찾아왔다.”
정보통신기술(ICT) 케어센터 소개 영상 속 SK텔레콤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에게 말을 거는 할머니 모습이 나왔다. 독거 어르신이다.
할머니는 오늘 날씨도 묻고 심심하다고 하면서 아리아와 대화를 나눈다. “네가 말을 하니까 좋아”라고 감정도 표현한다. 그러다 “아리아,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라고 하자, 아리아가 아들에게 전화를 걸지 물어본다. 할머니는 아들이 아닌, 곧 만나게 될 엄마가 보고 싶다고 답한다.
SK텔레콤이 홀로 있는 독거 어르신들의 고독감과 외로움을 해소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SK텔레콤은 8개 지자체 내 2100명 독거 어르신에게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를 제공하고 정보통신기술(ICT) 돌봄 서비스 시범사업에 돌입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약 30억원 예산을 편성했다. 구성원의 월급 인상분 중 0.4%와 회사 간 매칭펀드를 통해 조성한 기금이다.
이미 한국사회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전 인구의 14%가 노인인구다. 2025년에는 전인구 20%가 노인으로 구성된 초고령사회로 들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노인에 대한 한국사회 문제는 심각하다. OECD 가입국가 중 60대 이상 노인자살률 1위라는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고독사 노인 인구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이날 삼화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리아가 노인들의 말벗이 되고, 우울함이 심할 경우 심리 상담사와 대화를 나누게 하고, 관제센터를 통해 위급상황에 대응한다”며 “치매예방 프로그램도 별도로 준비 중이며, 사회적 비용 절감과 노인 삶의 질 향상 효과를 꾀한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독거 어르신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에 SK텔레콤은 행복 커뮤니티 ICT 케어센터의 관리자 스마트폰을 통해 어르신들이 누구를 작동할 수 있도록 연동했다. 또, 인터넷망에 연결되지 않을 경우,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포켓파이를 가구에 설치했다.
이 그룹장은 “누구를 서비스하려면 인터넷 망이 있어야 하는데, 100가구 중 5가구만 인터넷이 가능한 환경이라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포켓파이를 설치했다”며 “관리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100명 단위로 관리하고, 음악이 듣고 싶을 경우에 대비해 서비스 비용은 SK텔레콤이 부담한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방점은 어르신의 외로움 해소와 마음 관리다. 아리아와 대화하는 도중 죽음‧우울 등과 관련한 부정 감정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경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심리상태를 살피고 상담사와 연결한다. 음성파일은 저장하지 않으며,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를 받고 키워드 분석을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헬스케어와 연동되는 부분은 검토 중이다. SK텔레콤은 당뇨관리 앱 ‘코치코치당뇨’를 누구와 연결할 예정이다. 노인복지 차원에서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연동하는 방식을 연내 선보일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법과 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이 그룹장은 “보건소 협조를 얻어 혈당관리를 하려고 한다. 내년에 지자체 예산 집행이 이뤄지면 가능할 것”이라며 “비식별조치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보호‧활용해 노인전반에 대한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다음 달에는 누구를 통한 독거 어르신 간 커뮤니티도 형성된다. SK텔레콤은 누구 스피커를 통해 무료(mVoIP방식) 음성 통화를 지원한다. 지원 대상자끼리 서로 전화하고 친밀감을 높이면서 서로를 돌볼 수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그룹장은 “시범 사용자 중 90세 노인도 있는 만큼 생각보다 어르신들이 사용하기 어렵지 않으며, 현장에서 사용법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설명한다”며 “옆에 두고 볼 수 있는 매뉴얼도 준비했고, 애창곡 50선도 주기적으로 제공한다”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