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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와이브로의 유산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연말이다. 가는 한 해에 대한 아쉬움과 오는 한 해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는 시기다.

새해에 대한 기대감 없이 아쉬움만 남기는 것들도 있다. 한 때 토종 통신기술로 세계를 호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와이브로는 이제 정말로 마지막에 와있다. 내년부터는 와이브로 서비스를 만날 수 없다.

한 때 전 세계를 호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토종 통신기술 와이브로의 실패 이유는 명확하다.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글로벌 표준화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일 것이다. 생태계,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면서 결국은 실패한 기술, 서비스가 됐다.

토종기술, 세계최초 등 여러 타이틀을 보유한 와이브로지만, 시작과 달리 끝은 초라하다. 막대한 손실만 남기고 사라지는 모습이다.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막대한 투자비를, 정부는 그 오랜 기간 헐값에 주파수를 넘겼으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5G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냉엄한 현실은 시장퇴출이다. 엄밀하게 득보다 실이 더 많았다.

실패는 교훈과 자산을 남긴다.

표준화 및 생태계의 중요성, 마케팅, 정부정책 등등. 와이브로 음성 허용 등을 비롯해, 통신사간 형평성 문제 때문에 조속한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 곱씹어봐야 ‘죽은 자식 나이세기’다. 노력부족이 아닌 불가항력적인 측면도 있었다.

와이브로를 뒤로하고 새해부터는 또 다른 세계최초 5G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와이브로가 아쉬움을 남기고 떠났다면 5G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기대감이다.

십수년전 와이브로를 성공시키기 위해 민관이 합심하던 그 모습이 다시 한 번 연출됐으면 한다. 더 이상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다. 가뜩이나 경제는 어렵고 고용도 불안하다. 성장의 수레바퀴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5G가 돌파구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의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없애고 통신사 등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줘야 한다. 기업 역시 생태계 구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5G의 의미는 단순히 LTE 보다 빠른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와이브로가 남긴 유산은 민과 관이 손잡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던 모습이 아닐까.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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