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심상치 않다. 그동안 수많은 논란에도 승승장구했던 애플에게 위기가 왔다. 소위 ‘배터리 게이트’로 회사 시가총액을 넘는 피해보상 소송에 휘말렸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은 애플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일까.
28일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7일(현지시각) 미국에서 9999억달러(1072조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에 피소됐다.
배터리 게이트 때문이다. 배터리 게이트는 애플이 신제품 판매를 위해 구형 제품의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킨 일이다. 일부 사용자의 의혹 제기가 언론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애플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배터리 상태에 따라 성능을 제한했다. 지난 2014년부터 그랬다.
애플은 이 사실을 지난 20일(현지시각) 인정했다. 이후 미국에선 수건의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이번 소송이 금액은 가장 크다. 국내도 소송 움직임이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소비자 피해 여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애플은 2007년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터치스크린을 이용자환경(UI) 주류로 만들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만든 직관적 UI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사후서비스(AS)는 악명을 떨쳤다. 소비자보다 기업을 앞에 뒀다. 소비자 문의에 답하는 일은 없었다. 애플이 만든 생태계에서 애플이 원하는 방향에 순응하는 이용자를 만드는 전략이다. 지난 10년 수차례 소비자 반발이 있었지만 애플은 꿈쩍하지 않았다. 애플의 정책이 어떠하든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많았다.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세계 2위다.
이번 일 역시 애플의 제품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낫다. 고객 충성도는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애플 이용자는 애플의 이런 태도에 익숙하다. 아울러 애플 생태계의 근간인 아이오에스(iOS)는 애플만 사용한다. 생태계에 남으려면 애플 외 선택지가 없다.
문제는 소송이다.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사운이 급격히 기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다. 신제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구형 제품 성능을 떨어드린 점은 불법행위를 통해 영리적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 또 전 세계적 소송은 브랜드 평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새 고객 유입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소송을 통해 삼성전자에게 스마트폰 세계 1위를 내준 전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