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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진영의 기싸움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중소형에서는 OLED가 LCD를 밀어내는 형국이라 트렌드 전환에 별 이견이 없지만 대형에서는 서로의 견해차이가 커서 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이는 같은 OLED를 만들더라도 중소형은 삼성디스플레이, 대형은 LG디스플레이가 강세를 보여서다.
풀어 말하면 각자가 유리한 애플리케이션(적용분야)에서 장점은 부각시키고 단점은 최대한 가리려는 전략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예컨대 OLED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단점 가운데 하나인 화소열화 현상 ‘이미지 스티킹(Image Sticking)’은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혹은 LG전자)를 언급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부분이다.
사업부는 다르지만 정작 삼성전자는 OLED를 활용해 스마트폰을 잘 만들어 팔고 있다. TV에서는 OLED를 사용하지 않으니 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반대로 LG디스플레이는 LCD가 OLED에 비해 응답속도, 명암비, 시야각 등 화질을 결정짓는 다양한 요소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물론 LG디스플레이는 여전히 LCD가 주력 사업이고 LG전자도 TV 판매량의 90% 이상이 LCD에서 나온다. LCD·OLED 모두 장단점이 있으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셈이다.
‘제17회 국제정보디스플레이 전시회(IMID 2017)’에서도 양측은 장점은 띄우고 단점은 감추기에 바빴다. 흥미로운 점은 양측에서 비즈니스 포럼을 위해 나온 연사가 모두 ‘소비자’를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노남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소비자는 LCD나 OLED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비용이 적절하고 화질이 구매 요소다”라고 했다. 이정한 LG디스플레이 프로모션담당 상무의 경우 “소비자가 선택하면 그것이 기술이라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결국 소비자가 선택할 사안이라는 뜻.
◆선의의 경쟁 필요, 잠재력 더 이끌어내야=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삼성전자 QLED TV와 LG전자 OLED TV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이전까지 학계에서 QLED는 퀀텀닷(QD·양자점)을 활용해 OLED처럼 자발광(Electron Luminescence, EL)하는 것을 의미했으나 삼성전자가 LCD에 QD 필름을 덧붙인 형태(Photo Luminescence, PL)의 제품을 QLED로 상표등록을 해버리는 바람에 혼란이 발생한 것.
이에 대해 당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QLED는 결국 LCD로 OLED와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며 “QLED가 그동안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이야기 해온 자발광 소재가 사용돼야 OLED와 비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는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도 자발광이었지만 안 됐다”며 “자발광은 콘트라스트(명암비)와 시야각 외에는 좋은 게 없다. 다른 기술로 해결해서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주지 않고 해결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발톱을 세우고 서로를 헐뜯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디스플레이 기술 논쟁은 소비자 입장에 나쁠 건 없다. 화질이 궁금하면 매장에서 비교시연을 해보면 되고, 가격이 궁금하면 마음 편하게 스마트폰으로 모델명을 검색해 최저가를 찾아보면 그만이다. 요컨대 서로의 마케팅 대결이 격화될수록 소비자는 그만큼 좋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적인 논쟁보다 마케팅적인 요소가 더 많이 가미되어 있는데 3D처럼 과거 사례를 생각해보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업 담당자 입장에서는 곤욕스럽겠지만 시장과 학계에서는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CD나 OLED와 관계없이 울트라HD(UHD)를 뛰어넘는 8K 해상도, 휘도나 명암비를 비롯해 광색영역을 폭넓게 지원해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야할 시기로 보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OLED는 디스플레이 역사에서 이제 두세 걸음을 움직였을 뿐”이라며 “브라운관(CRT)은 100년을 넘게 갔다. LCD도 아직까지 개선하고 발전시킬 여지가 있기 때문에 서로가 긍정적인 영향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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