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에 실리콘밸리가 휘청이고 있다고 한다. 반 이민 행정명령은 실리콘밸리 기업이 외국에서 온 SW개발자를 채용,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다.
외국에서 온 SW개발자들이 활력을 불어넣었던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자신들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외국의 IT인재를 더 이상 활용하지 못한다면 치열한 경쟁시대에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실리콘밸리처럼 외국의 인재를 활용하기 위한 토양이 아직도 만들어지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최근 스타트업들은 외국인 인재 활용에 있어 각종 규제와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 만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중소기업벤처부의 R&D 사업에 볼멘소리를 냈다. 세계를 시장으로 한 글로벌 사업인데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적의 연구원만 참여할 수 있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중소기업벤처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술전문기업(ESP) 협력R&D사업은 주관기관과 기술전문기업이 위탁연구기관(참여기업)으로 참여하는 협력R&D 사업이다. R&D 신청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과 기술전문기업이 협력해 데이터 인텔리전스, 스마트홈 비즈니스 등 신산업에서의 성과를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이 사업의 자격요건에는 ‘신규채용 인력은 각 차수별 접수공고일 기준 6개월 이전부터 기술개발사업 종료일 이내 채용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내국인에 한함’이라는 규정이 있다.
이 스타트업 대표는 “해외기관과 공동 기술연구는 가능하면서, 한국기업의 내부 직원인 엔지니어가 국적이 외국이라고 자사의 기술개발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은 개발인력 확보에 불똥이 떨어진 상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IT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IT대기업은 물론 은행권에서도 개발자 확보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채용 조건이 열악한 일부 스타트업들은 외국인 개발자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외국인 개발자들은 스타트업에 대해 개방적인데다 실력도 국내 개발자 못지않다. 언어적 장벽도 최근 스타트업 구성원들의 외국어 구사 능력이 일정 수준이 되며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또,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머신러닝’ 등 데이터 분석의 경우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데이터화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분야에 따라 외국인 개발자가 장점인 분야도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스타트업이 외국인 개발자를 고용, 사업을 하기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 같은 기저에는 최근 2030 세대의 고용절벽도 일정부분 작용하고 있다. 국내 인력에 대한 채용도 어려운데 외국 인력 채용에 신경 쓸 여력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IT시장에서 글로벌 인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장에서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것은 실리콘밸리가 증명하고 있다. 핀테크 등 스타트업에게 글로벌 시장 개척을 주문하면서 유수한 해외 전문 인재들을 불러들이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이중적인 정책 및 제도는 분명 문제다.
“실리콘밸리가 유능한 미국인들 때문에 성공한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라는 스타트업 대표의 말이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