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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미국산 제품 구매 펀드 조성하라는 ‘암참’과 우리의 대응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코리아)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에 100억달러(한화로 약 11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 구매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암참 대표단은 지난달 ‘도어노크’(암참 사절단이 매년 워싱턴을 방문하는 연례회의) 방문을 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의회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들은 끝에 이같은 내용을 도출했다며 설명했다.

제프리 존스 미래의동반자재단 이사장(전 암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과 달리 아주 특이하다”고 전제하며 “결과적으로 미국이 한국과의 수출에서 적자 200억달러를 안고 있는 것이 트럼프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있으며, 해결방법은 미국 물건을 사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매 의사만 밝히면 트럼트의 기분도 좋아지고 체면도 세워줘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번 100억달러 미국산 제품 구매 펀드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외에도 암참은 ▲향후 10~12개월간 미 무역대표부가 발간하는 무역장벽보고서(USTR)상 식별된 모든 한미 FTA 미이행 사안 해결을 위한 노력 ▲한국의 미국산 LNG 및 셰일가스 수입 증대 노력 ▲한국의 미국산 방산 제품 수입량인 대외군사판매량을 무역 수지 산출 시 반영 등을 공동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암참은 지난 1953년 한-미 양국의 투자와 무역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설립된 미국의 이익단체다. 양국 간 다리 역할을 하면서 대체로 한국에 우호적인 활동을 펼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한국이나 한국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일을 해오면서 비판을 받았다.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론스타–외환은행 사건 때에는 론스타 편에 선 적도 있다.

현재 암참 회장을 맡고 있는 인물은 김 제임스 한국GM 사장이다. GM입사 전에는 6년 간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사장을 맡은 바 있다. 그는 MS 재임기간 동안 국방부에 불법 소프트웨어(SW) 라이선스 사용료로 2000억원을 지불하라는 요구하는 등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측면에서 암참이 제안한 100억달러 미국 제품 구매 펀드나 USTR상 식별된 모든 한미 FTA 미이행 사안 해결을 위한 노력 등의 내용이 실제 실행될 경우 IT업계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암참 내 IT/통신 분과위원회 대표는 애플코리아과 한국MS가 맡고 있다.

특히 올해 발간된 USTR에는 정부의 클라우드 보안인증 때문에 한국 클라우드 시장에서 미국 클라우드 기업이 차별을 받고 있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내용도 명시돼 있다. 최근 클라우드 보안인증 담당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한국의 클라우드 보안인증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드배치나 한미FTA 등 중요한 사안을 앞두고 조만간 국내 IT업계에서 이를 둘러싼 이슈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IT기업, 주로 미국 IT기업의 한국 지사는 대부분 숫자만 관리하는 영업소 역할에 불과하다. 전세계 매출의 약 1%(많게는 2%)를 차지하는 작은 시장인 만큼,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 기업의 한국 지사에서 일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한국 국적의 대한민국 사람들이다.

트럼프 정부 하에서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통상압력은 점차 거세질 전망이다. 여기에 암참이 힘을 보태는 것은 자유경제시장 체제에서 당연한 일이다. 다만 서로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부딪힐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국내 기업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창구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특히 미래부 등 새 정부 아래서 업무에 대한 조정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암참 등 글로벌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도 서둘러 ICT 정책에 대한 책임 있는 부처 업무조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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