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경우 국민의 70%가 사이버머니를 통해 상품을 거래합니다. 그러나 보안문제로 중간에 사라지는 금액이 어마 어마해요. 보안 시스템에 대한 갈증이 커 정보보호산업 성장 잠재력 높습니다.”
지난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 23회 정보통신망 정보보호 컨퍼런스’에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해외사업팀 오진영 팀장은 ‘정보보호산업의 해외진출전략’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아프리카 보안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오 팀장에 따르면, 한국의 정보보호산업의 경우 미국‧이스라엘 등 정보보호산업 강국에 비해 1.5년 정도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2016년 기준 세계 정보보호 시장 규모 대비 한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1.7%에 불과할 정도로 자체 시장도 작다. 그럼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기술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보안 시장도 많습니다. 수준 높은 기술을 가져다 쓸 인프라가 조성돼 있지 않기도 하고, 고비용 문제도 있습니다. 개발이 진행 중인 국가들에서는 오히려 한국의 정보통신 수준이 가장 자국에 적합하다고 평가합니다. 망 설치부터 보안까지 한국 모델을 그대로 벤치마킹해서 적용하는 것을 선호하죠.”
대표적으로 아프리카의 르완다 진출 사례가 있다. 르완다의 경우 최근 한국형 정보보호모델을 그대로 따와 200억원 규모의 통신 SOC를 도입했다. KT가 해당 사업을 맡아 르완다 통신서비스 이름도 ‘올레’다. 신호등부터 CCTV 망까지 모두 한국 기술로 이루어졌다. 르완다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자, 아프리카 서쪽 국가에서 일부러 찾아와서 견학하기도 한다.
르완다 사례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로 파급 효과를 냈다. 탄자니아에는 공적개발원조(ODA)를 활용해 진출했다. 이 나라의 국가 예산은 15조원 수준인데, 이 중 5조원이 원조를 통해 조성됐다. 원조가 필요할 정도의 발전단계에서 사이버 안보에 관심을 기울일까 싶지만, 탄자니아는 국민의 70%가 사이버 머니를 통해 거래를 한다. 그럼에도 보안환경은 미비해 도중에 사이버 상에서 분실되는 금액이 적지 않다. 보안에 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도로 등 당장 필요한 기반시설이 많지만 이들 지역에서는 보안 역시 중요도가 높다.
중동 지역도 지금 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이다. 이들 지역에는 정치적 문제 때문에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진입이 어렵다. 따라서 디지털 포렌식 랩 분야 등에서 한국기술이 경쟁력 있다. 이들 지역은 보유 현금이 많아 바로 수주를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동남아시아 지역도 현재 수요가 많아 유망하지만 경쟁이 심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일본 SI기술과 경쟁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오 팀장은 한국과 일본이 기술적 부분에서 수준 차이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쟁에서 크게 불리하지 않아 현지 상황에 맞게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주도권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오 팀장은 해외진출에는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별 기업이 대상 국가에 진출해도 접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에서는 수주를 할 때 교육이 같이 제공되는지 관심이 많습니다. 따라서 정부기관에서 분야에 따라 법체계부터 컨설팅, 교육패키지로 묶어서 모듈식으로 이들 나라에 영업을 합니다. 이런 부분을 보증하는 정부기관이 동행하지 않으면 이들 나라 고객들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오 팀장은 한국의 정보보호산업이 실력에 비해서 고평가 받고 있는 요소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에서 보는 한국은 남북한 대치상황 때문에 상시 보안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형태로 비춰지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항시 대비하기 때문에 보안 실전에 강할 것이라는 이미지 있다. 한국기술이 낮은 수준도 아니지만, 실제 해외시장 선호도는 우리 기술수준보다 높다. 이 부분도 한국이 해외 보안시장에서 잘 활용할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오 팀장은 한국인터넷진흥원을 포함해 수출입은행, 코이카 등 정부기관 등에서 지원하는 사업들을 잘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