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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이버전쟁에서 생존할 확률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한국이 집중 포화를 당하고 있다. 국방부 해킹 사태로 사이버국방선은 무너졌고, 사드 보복으로 중국 해커들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민간·공공 사이트를 공격하며 마비시키고 있다. 북한 해커들의 사이버위협도 만만치 않다. 사방에서 한국을 겨누고 있다.

사드 배치로 인한 한국과 중국 간 외교적 마찰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이는 중국의 보복조치로 이어지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사이버 공격이다. 사드 배치가 본격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중국 측의 사이버 위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정세도 여전히 불안한 시국에서 대외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니, 공격자 입장에서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사이버 위협을 확대하기 좋은 때다. 오는 10일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도 변수다.

굵직한 정치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사이버 공격은 동반됐다. 국내와 미국에서 새로운 수장을 선출하거나 대북정책 변화가 있을 때마다 공교롭게도 사이버테러는 일어났다. 7.7 디도스 공격, 3.20 사이버테러가 대표적 예다.

대내외적으로 한국을 공격할 명분과 시기는 충분하다. 앞서, 보안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조심해야 한다며 보안을 철저히 하고 사이버국방력을 키울 것을 재차 주문했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 같은 사이버위협을 제대로 막아낼 역량을 갖추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말할 수 없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북한의 사이버사령부 인원은 6000명, 중국은 10만명이다. 한국은 고작 600명에 불과하다. 화이트해커만 살펴봐도 중국의 경우 30만명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이버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블랙 해커까지 합친다면 계산조차 어렵다.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중국 측의 공격이 사이버전으로 비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러한 단순 수치만 본다면 사이버상에서 한국이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은 낮다.

한국정부도 나름대로 사이버 국방력과 보안 인재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 왔다. 화이트해커를 육성해 사이버 국방력을 키우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으며, 특화된 보안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관련 예산은 매년 줄어들고 있고, 대규모 사이버테러가 발생할 때 ‘반짝’일 뿐이다.

정부는 2013년 3.20 사이버테러 발생 후 화이트해커 5000명 양성 프로젝트를 내놨다. 차세대 보안리더(BOB) 양성 프로그램도 그 중 하나다. 2013년 50억원에 달했던 예산은 매년 감소하더니 지난해 33억9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다.

보안 전문 장교를 키우기 위해 사이버국방학과도 창설했지만 획일화된 군대문화, 자유롭게 연구할 수 없는 분위기, 낮은 연봉 등 악조건을 감수하고 국방을 위해 장기간 희생할 인재를 기대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사명감을 갖고 지원하더라도, 실력을 펼치고 대우를 받으며 지내고자 기업 쪽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일반 국내 기업에서도 해외에 가고자 하는 보안 인력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니 말이다.

결국, 근본적 원인이 사이버전쟁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보안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문화, 사고 발생 때만 내놓는 단기 처방,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보안정책 등이 서로의 꼬리를 물었다. 지금이라도 체질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전세계에서 준비태세에 돌입한 사이버전에서 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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