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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계열사 IT조직, 통폐합 가능”…메가톤급 후폭풍 불가피

- 금융지주사, IT 세어드 서비스 센터(SSC) 방식으로 그룹 IT 통폐합 나설 듯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금융위원회가 12일 밝힌 '2017년 금융개혁 주요 추진과제'에는 금융 IT부문에서 강력한 후폭풍을 미칠 수 밖에 없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금융위는 '금융지주회사 경쟁력 강화방안'을 통해 금융지주사내의 계열사간 자유로운 고객정보(DB) 공유및 활용 방침을 제시했다. 이는 그동안 금융지주회사가 시너지를 위해 줄기차게 요구해 온 핵심 사안이다.

금융위는 아울러 법무, 회계 등 금융그룹내 자회사별로 수행하는 후선업무를 지주사가 직접 통합 수행하거나 IT, 홍보, 구매 등 후선업무 ‘전담 자회사’를 통해 해당 업무를 통합 운영함으로써 비용 시너지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금융지주사 소속 ‘IT부문 전담 자회사’의 역할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소속의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및 캐피탈, 저축은행 등 개별 계열사의 IT를 한 곳으로 통합해 하나의 회사(전산 자회사)에서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즉, 이는 금융지주사가 소속 계열사의 IT인력과 자원을 전산 자회사로 통합시켜 운영하는 'IT공유 (IT 세어드 서비스, Shared Service Center, SSC) 방식의 IT통합 운영모델이 3년만에 다시 공식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지난 2014년 초 카드 정보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같은 금융지주사 소속이라도 계열사간 고객 정보 DB는 고객의 사전동의를 받지 않는 한 공유가 불가능하도록 했다. 당연히 지주 계열사간 IT부문을 물리적으로 통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지주사 계열사간 고객 DB 공유문제가 해소됨에 따라 굳이 계열사별로 IT조직을 따로 운영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금융위는 지주사 경쟁력 강화방안과 관련,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같은 기본 방향 아래 액션 플랜을 마련한 뒤 업계의 위견 수렵을 거쳐 올해 하반기 금융지주법, 지배구조법 등 개정안을 올해 하반기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지주사, 계열사 IT조직 통폐합 가능...진통 예고 =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들은 관련 법 및 전자금융감독규정 등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각 계열사별로 IT인력을 지주사 산하의 ‘통합 IT 전담회사’로 재배치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무엇보다 지주 계열사의 IT부서 인력이 IT 전담 자회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룹 내부적으로도 금융계열사와 IT 전담 자회사간의 임금 수준, 복지 등 격차가 생길 수 있어 IT직원들의 전직 여부를 놓고 불만과 갈등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IT자원 공유(SSC) 방식을 전격적으로 도입할 것인지의 여부는 어디까지나 금융지주 회사의 정치적 선택의 문제다. 누가 먼저 칼을 뽑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비대면채널 기반의 디지털금융 환경이 확산됨에 따라 금융권의 구조조정 압력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는 점은 새로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앞서 지난 2010년말, 당시 KB금융그룹이 KB데이타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SSC 방식으로의 전환을 위해 외부 컨설팅을 받았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옴에 따라 이를 백지화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이는 명분에 불과했고 실제로는 국민은행 등 KB금융 계열사 IT조직의 반발, 부가세 처리 문제 등 회계적 문제로 인해 KB금융지주사의 경영성과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제기되면서 백지화됐다는 분석이 많았었다.

◆국내 유일한 SSC 사례, ‘우리FIS’ 사례 다시 조명 =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완전한 의미의 IT자원 공유(SSC) 방식에 의한 IT통합 운영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계열사간 고객 DB 공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연히 물리적, 논리적으로도 SSC 방식이 불가능할 수 밖에.없다.

물론 현재도 금융지주 소속의 IT계열사들은 존재한다. 이를테면 KB금융 소속의 KB데이타시스템, 하나금융 소속의 하나아이엔에스, 신한금융 소속의 신한데이타시스템, BNK금융그룹의 BNK시스템 등이다.

하지만 이 IT 자회사들은 은행, 보험, 카드 등 지주 소속 계열사의 IT조직을 보완하거나 유지보수 아웃소싱을 제공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맡을 뿐 SSC와 같은 ‘그룹 통합 IT 콘트롤타워’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향후 금융지주사가 SSC 방식으로 IT통합운영 방식을 전격 전환하게 될 경우, 이들 지주사 소속 IT계열사들은 그룹 IT전략과 운영을 담당하는 콘트롤타워, 즉 'SSC'로 성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하나아이앤에스처럼 몇몇 금융지주 소속 IT 계열사들은 SSC를 수행할 정도의 경험과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각 계열사에서 전직한 IT인력이 통합되는 만큼 조직의 외형도 커지는 등 그룹내 위상도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향후 로드맵을 예상해 보자면, 3년전까지 국내에서 유일하게 존재했던 우리금융그룹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금융지주 소속의 전산 계열사였던 우리FIS는 이같은 SSC방식의 IT통합 모델을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약 14년간 운영해왔다. 우리FIS가 SSC의 역할을 수행할 당시 우리은행 등 여타 계열사들의 IT조직은 기획인력을 중심으로 10~20여명에 불과했다. 지금도 우리은행 ICT 본부 인력은 최소한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FIS의 출범 초기에는 구성원 출신이 각각 다른 이질적인 조직, 또 직위가 같아도 출신사별로 다른 급여체계 등으로 내부 갈등 요인이 많아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몇년간의 시간이 지나고 조직이 안정을 찾으면서 고품질의 IT서비스를 지원하는 조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14년말, 우리금융그룹이 해체된 이후, 우리FIS는 SSC 역할을 종료하고 우리은행의 IT자회사로 역할이 바뀌었다. 2015년초, 우리FIS는 다시 우리은행 IT부문으로 흡수되는 방침이 발표됐다. 하지만 당시 우리은행 민영화 일정에 차질이 염려돼 이 계획이 아직까지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고 보류 상태다. 2년째 우리은행 IT자회사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등 IT 핵심 현안을 수행하고 있다.

◆금융위 “지주 IT전담 자회사, 그룹 IT에만 전담하도록 지도” =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9개 금융지주회사가 있으며, 소속 자회사는 201개(평균 34개)에 이른다. 금융지주사를 정점으로 한 금융그룹 인원(총원)은 평균 2만5214명이다.

현재 전자금융감독규정 등 관련 규정에는 전체 인력의 5%를 자체 IT인력으로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 규정을 그대로 적용해서 계산해보면 향후 SSC 역할을 맡게될 지주사 소속 IT계열사의 규모는 약 1200명~1300명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금융제도팀 관계자는 “IT 전담 자회사가 외부 사업보다는 앞으로 그룹 IT만을 전담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주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주사 중심의 IT통합 서비스 전략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은행이 중심이 된 4대 금융지주사들은 크게 상관이 없겠지만 증권, 보험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 계열의 금융지주사들은 IT서비스 자회사가 기존 대외 SI사업외에 그룹계열 금융사들과 IT 아웃소싱 계약을 맺고 용역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금융IT 전담자회사를 따로 설립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

또한 금융위는 금융그룹내 겸직, 업무 위탁 활성화를 위해 사전규제를 폐지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임직원 겸직및 자회사간 업무위탁의 사전승인 및 보고를 앞으론 사후보고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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