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단말기유통법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또 한번 생채기를 입었다.
22일 서울중앙지법은 단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동통신 3사 임원과 법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통 3사는 아이폰6가 출시된 2014년 10월 31일부터 사흘간 일선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팔면서 회사 홈페이지 등에 공시한 금액 이상의 보조금을 불법 지급하도록 대리점에 지시하거나 유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불법 휴대폰 보조금 때문에 매번 이통사들과 힘겨루기를 했던 방통위는 당시 단통법 시행 초기인 점과 반복되는 불법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겠다는 취지로 과징금 부과 이외에 이통사 임원들도 형사고발했다. 통신사 임원 형사고발에 대해 상임위원간 의견이 엇갈렸지만 금전적 부담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였다.
방통위는 충분히 심결을 통해 범죄 여부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법조인 출신인 최성준 방통위원장도 형사고발에 동조했다. 최 위원장은 “우리가 수사권이 없어 못 챙긴 부분까지 폭넓게 밝혀질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신속히 고발조치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처음 있는 일이라서 그렇지 만에 하나 반복된다면 최고경영자(CEO)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사실이 구체적이지 않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이통사가 유통점에 지급한 판매 장려금이 불법 지원금으로 사용된 것에 대해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았다.
방통위는 후속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변 환경은 방통위에 우호적이지 않다. 당장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24~25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지원금 상한 폐지를 골자로 한 단통법 개정안 처리 논의를 할 예정이다. 항소에서 이기더라도 현실은 지원금 상한이 폐지된 시점이 될 수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내년 지원금 상한 일몰까지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원금 상한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이통사는 이번 법원 판단으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그동안 이통사들이 앵무새처럼 반복해왔던 “본사 정책이 아니라 일부 유통점 차원에서 벌어진 것”이라는 변명에 법원이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이통사들은 유통점 실적이 저조할 경우 지원금을 차감하는 정책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통점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져가는 이익을 줄여서라도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야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고, 이통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이용자 차별에 따른 방통위의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등의 징계는 피하지 못하더라도 사람이 다치는 것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방통위 입장에서는 규제기관 위상에 생채기가 났다. 가뜩이나 수차례 과징금, 영업정지 처분으로도 불법 지원금 지급이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까지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단통법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으며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는데다 방통위원 임기도 내년 3월이면 끝난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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