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1일 윤종규 KB국민은행장은 창립 15주년 기념사에서 IT의 역할을 그 어느때보다 강조했다. 물론 다른 은행들도 IT를 매우 강도높게 내세운다. 방향성의 오류와 시행착오에 따른 비용을 숱하게 지불하고 있지만 그래도 혁신의 이름으로 현상황을 설명하기에는 IT만한것이 없다 . 윤 행장은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세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함께 관심을 갖고 노력해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IT부서뿐만 아니라 일반 임직원들도 IT기술 및 시장에 대한 변화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만난 한 금융사의 핀테크 업무 관계자는 해당 금융사 대표와 함께 10월 24일부터 4일간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개최된 ‘가트너 심포지엄/IT엑스포 2016’ 행사에 참가했다.
금융권의 IT융합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인공지능,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 기반 서비스에 대한 실제 적용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 미래 IT전망과 통찰(Insight)를 얻기 위해서였다.
이 관계자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는데 있어 최신 IT기술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금융권에선 중요한 통과의례가 된 지 오래다. C레벨에서도 IT에 대한 관심이 높다”라고 전했다.
하나금융그룹도 미래금융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핀테크 및 금융IT 동향에 대한 보고서를 내부적으로 작성, 책으로 만들어 내부 교육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한준성 KEB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총괄 전무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외신과 글로벌 금융 정보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 및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책으로 만들어 자산화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 IT는 대표적인 비용부서로서의 인식이 강했다. 매년 막대한 비용을 IT시스템의 유지보수와 신사업에 투자한다.
하지만 IT는 금융사에겐 공기와 같은 존재다. 평소엔 의식하진 않아도 없어선 업무 자체가 안돌아간다. IT없이는 모든 업무가 멈춰 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노조가 각 은행과 맺은 협력사항에 IT부서 인력은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에 대한 금융사 내부 직원들의 인식은 여전히 비용부서로서의 관점이 강하다. 하지만 더 이상 IT를 몰라서는 변화하는 금융시장에 뒤쳐질 수밖에 없게 됐다. 불과 1년 전만해도 금융사에서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던 ‘블록체인’이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렇게 빨리 실제 서비스 적용에 검토될 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금융사의 IT전략이 중요해지면서 ‘디지털’, ‘스마트’를 접두어로 갖는 부서의 확대 개편, 또는 재편도 본격화되고 있다. 비 IT부서 인력도 이제는 IT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금융 IT와 비즈니스 분야에 강점을 가진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투이컨설팅의 교육 프로그램인 투이아카데미 관계자도 “(교육과정에 대해)금융권에서 현업에서의 궁금증, 아키텍처나 기술 등에 대한 요청이 많이 오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IT가 ‘비즈니스 인에이블러(Business Enabler)’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금융권에서 오래전부터 회자된 얘기다. 하지만 ‘이상(理想)’과 ‘위상(位相)’은 서로 다른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IT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강조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모두 그 기반에는 IT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금융권에서 IT의 위상이 다시 한번 제고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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