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다음달 상장폐지 여부 결정을 앞둔 대우조선해양은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해양플랜트 사업 등에서 원가를 임의로 축소해 매출을 과대계상했고 경영비리 및 횡령·배임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 기업의 투명성이 곤두박질 친 대표적 사례다.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SAP아리바 라이브’ 컨퍼런스 내 SAP아리바 솔루션을 시연하는 자리에서 한 관계자는 시스템으로라도 임직원의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기업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말을 전했다.
SAP아리바는 기업에서 구매하는 모든 비용 지출을 분류·분석하고, 아리바 네트워크 플랫폼 내에서 입찰정보를 온라인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제시 및 응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입찰을 제안한 곳, 승인자, 평가자들의 협업 아래 진행되기 때문에 프로세스의 전 과정이 기록돼 있다. 감사가 들어와도 추적이 가능할 정도로 모든 경로가 투명하다는 설명이다.
기존에 ‘기타’ 항목으로 미분류된 지출 비용도 카테고리화하기 때문에 기업 내 돈의 흐름도 파악 가능하다. 경영자도 모르게 줄줄 새던 ‘돈줄기’를 한 눈에 보여준다는 의미다.
이 솔루션을 통해 한 기업은 판촉물 계약을 맺은 곳이 380여개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기업은 효과적인 비용 집행을 위해 입찰을 다시 진행했고, 공급자 규모를 8%로 줄였다.
기업 내 비용 지출 항목을 세분화시켜 항목별로 분류 및 분석을 하니 어디서 어떻게 절감·개선을 실행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모든 기업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마냥 환영하기에는 달갑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SAP아리바 관계자는 경기 불황 속에서 기업들이 주요 아젠다로 ‘비용 절감’을 외치는 상황에서 탄탄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투명성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물품 구매 관련 세부적 기록을 남기고, 히스토리만 추적해도 횡령·배임 관련자를 쉽게 잡을 수 있다”며 “이 솔루션은 임직원을 때리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방식을 바꾸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걸릴 수 있다는 의식이 생기면 사고가 바뀌고 행동이 변한다”며 “누가 어떻게 무엇을 했는지 투명하게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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