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국내 보안업체 대표들이 정부의 정보보호 연구개발(R&D) 사업과제와 기술공유 협의체 출범과 관련해 일침을 쏟아냈다. 단기적 성과에 치우친 과제 성격을 지적했고, 협의체 구성 이후 수치화된 실적을 요구하지 말라는 언급도 이어졌다.
지난 26일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유관 협회·학회 및 기업과 함께 ‘정보보호 R&D 기술공유협의체’를 출범하고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보안업체 대표들은 정부를 향해 그동안 겪었던 애로사항을 가감 없이 전했다.
이날 김대연 윈스 대표는 “ETRI, KISA, 국가보안기술연구소 등의 R&D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 우리가 직접 관여하지 않은 기술에 대해서는 아무리 필요해도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해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술이전을 받더라도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에 상품화하기 위한 추가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해당 R&D 사업에 관여했던 연구원, 팀들은 이미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돼 있어 도움을 받기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심종헌 유넷시스템 대표는 좋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R&D 과제 목표를 세우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기업이 가진 기반 기술을 통해 장기적으로 크게 기여할 수 있는 R&D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정부 과제 금액 및 성격은 단기적”이라며 “수준 있는 금액이 투자되고 장기적 시각에서 과제를 제시해야 하며, 잘못됐을 때 개인에게 너무 큰 책임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보호 R&D 기술공유협의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협의체에서 정보 교환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단순히 보여주기식 성과 만들기에 급급해 정량화된 수치에 매달리는 일이 또다시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동훈 닉스테크 대표는 “연말에 협의체를 통해 몇 건, 몇 % 성과를 올렸다는 등 숫자에 얽매여 진행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협의체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만나는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니 이러한 가치를 인정해 달라”고 제언했다.
이임영 한국정보보호학회 회장은 협의체 출범에 그치지 말고 참여 활성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회장은 “협의체의 경우, 보통 한 번만 하고 사라지는 사례가 많은데 다음 정권이 오더라도 계속 갈 수 있어야 한다”며 “정보보호 유관 학회 9곳이 모여 기술 지원 및 확산의 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1~2년 후 본격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등에서 연구하는 기술을 민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연구결과물이 적절한 시기에 상용화될 수 있도록 선제적 연구 과제를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조창섭 이글루시큐리티 부사장은 “국방에 적용되는 기술을 민간에 공유해주면 글로벌로 갈 수 있는 기술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시장은 좁고, 현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보안업계의 애로사항에 대해 정부 측은 책임감을 느끼고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정보보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협의체가 지속될 수 있는 연결자 역할을 맡기로 했다.
김용수 미래부 실장은 “이번 협의체 출범은 정보보호 R&D 사업 관점을 수요자 맞춤형으로 전환하는 첫 단추”라며 “앞으로 다가올 지능정보사회에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백기승 KISA 원장은 “적극적으로 정보보호 기술을 체계적으로 실행하는 협력 체계를 갖추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협의체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자 역할을 잘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