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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1주년/반도체·디스플레이③] M&A 엑소더스, 반도체 업계가 노리는 반전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최근 몇 년 동안 반도체 업계의 이슈는 인수합병(M&A)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앞으로의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방산업 수요 부진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환율, 글로벌 경제위기 등 어떤 변수가 돌발적으로 튀어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M&A의 목적은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인데 이런 효과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못한다면 자칫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시장 상황은 당분간 보릿고개가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VLSI리서치는 올해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은 예전하고 IC는 4.1% 성장하겠지만 IC 장비의 경우 5% 역성장을 예상했다. 현재의 침체기는 일종의 조정기로 전방산업의 가격 하락 압박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제조 장비 매출은 365억달러(약 42조2000억원) 전년 동기 대비 3% 하락했다. 2015년 총 장비 수주액도 2014년에 비해 5% 떨어졌다. 분야별로는 글로벌 전공정장비 부문은 16% 상승했으나 웨이퍼 공정 장비 2%, 테스트 장비 6%, 어셈블리 및 패키징 부문은 18%씩 각각 부진했다.

업체 사이의 구분도 모호해지고 있다. 공장(팹)을 가진 업체보다는 공장이 없이 설계만 하는 팹리스 분야에서 통합이 주로 이뤄졌으며 폭발적인 혁신보다는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혁신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팹과 팹리스, 파운드리와 종합반도체업체(IDM) 사이의 구분이 무의미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장점을 살려 전자설계자동화(Electronic Design Automation, EDA) 업계 1위인 시높시스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한층 강화하기로 방향을 잡은 상태다. EDA 특성상 반도체 업체가 많아야 그만큼 수익을 높일 수 있는데 M&A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그만큼 매출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회사 아트 드 제우스 회장은 PC와 스마트폰, 그리고 모빌리티를 첫 번째와 두 번째 물결이라면 IoT는 세 번째 물결로 큰 기회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전까지는 하드웨어가 먼저 성장하고 뒤이어 소프트웨어가 따라가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라는 도구를 돌리는 엔진이 될 것이라는 것.

반도체 업체간 M&A로 인해 수익 감소에 대해서는 “M&A는 수직적 통합이다. 괴로운 과정이지만 또 다른 시작을 불러온다고 본다. 시높시스는 이제까지 80개가 넘는 회사는 M&A 했는데 다른 분야에서 더 많은 고객의 요청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그만큼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한바 있다.

◆중국 반도체 굴기와 연속성=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어느 정도 원하는 결과를 얻은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 적극적인 모양새를 취해왔다. 미국 마이크론을 비롯해 샌디스크에 이르기까지 자금력을 바탕으로 M&A 공세를 퍼부었다.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와 같은 정부기관에서 제동을 걸지 않았더라면 상당수의 업체가 중국 자본의 영향력에 그대로 휩쓸렸을 가능성이 높았다.

최근 중국은 설계자산(IP) 업체의 지분 인수에도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모바일 그래픽처리장치(GPU) IP 업체 이매지네이션이다. 이매지네이션은 모바일 기기 중앙처리장치(CPU) 아키텍처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ARM과 마찬가지로 GPU IP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업체다.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장착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100% 이매지네이션 GPU를 쓴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3%의 지분을 확보한 것이 뒤늦게 밝혀진 상태다.

물론 이매지네이션의 대주주인 애플도 다른 대주주인 인텔 때문에 M&A 시도를 접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원천기술과 영향력 확대를 통해 시장 공략을 보다 수월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특히 데이터센터, 서버와 같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써먹을 수 있어서다. 칭화유니그룹은 HP의 중국 네트워크·서버 회사 H3C의 M&A를 추진하고 있는데다가 중국 자체가 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인텔과 엔비디아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AMD가 x86 아키텍처를 톈진해광선진기술투자유한공사(THATIC)에 라이선스하고 올해 ‘젠(Zen)’이라 부르는 CPU를 출하할 예정이라는 점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중국 주도의 M&A는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지 못했거나 치킨게임에서 패배한 대만, 일본 등의 업체와의 규합을 가속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TSMC는 중국 난징에 30억달러 규모의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일본 반도체 기업 엘피다 사장 출신인 사카모토 유키오가 설립한 시노킹테크놀로지는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대만 D램 산업을 일으킨 인물’이라고 불리며 이노테라의 이사장, 난야의 총경리역을 맡아왔던 까오치췐은 이미 칭화유니그룹에 소속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반도체 업계의 통합으로 이어지고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중국이 노리는 것은 원천기술 확보에 앞서서 거대한 내수시장에서 활용되는 제품의 수입 대체재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급 측 구조개혁’을 역설하며 수요가 바뀌었는데도 공급이 이에 맞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핵심 반도체 하나만 수입하지 않아도 중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바꿔 말하면 스마트폰, 태블릿처럼 중국 제조업이 일정 수준으로 올라서는 것은 막을 수 없으나 설비와 장비가 그만큼 많이 필요하고 시장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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