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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는 진화하는데.…의료 IT 신사업 창출은 ‘고장난명’

-한림원, 빅데이터 활용 의료산업 혁신방안 논의
-원격진료·의료행위 범위 등 법제도 완화 요구…의료계 반발
-정부 “디지털 헬스케어, 결국 점진적 수용해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빅데이터를 포함한 디지털 기반의 헬스케어 기술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발과 법제도에 부딪혀 여전히 ‘반쪽 성장’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지난 29일 서울 프레스센터(광화문)에서 가진 제99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도 역시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날 한림원측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산업 혁신방안’이란 흥미로운 주제를 놓고 토론을 시작했다. 원격진료 및 의료행위 범위 등 민감한 주제도 다뤄졌다.

박병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센서 개발 등 의료 IT는 성장하고 있지만 병원에서 적극적,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며 “궁극적으로 병원의 환자정보와 연계되지 않아 손뼉이 마주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개인별 맞춤형 건강관리를 위해 환자정보를 연계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을 완화하고 의료산업에 빅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전담기구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원격진료에 대한 입장 차이도 확인됐다. 최근 정부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관련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엽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90세 할아버지가 새벽 3시에 아픈 상황을 고려했을 때 원격진료를 거부할 수 있겠느냐”며 “어떤 방식으로 원격진료를 할 것인지에 대해 의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교수는 “빠른 시간 내 가장 발전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원격의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아무리 우리가 IT 강국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을 가진 나라라도 큰 변화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안전성 문제로 원격진료를 반대하고 있으며, 의사와 의사 간 ‘원격협진’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행위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동수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원격진료는 시기상조이며 원격협진부터 진행돼야 한다”며 “원격의료를 통해 환자를 진료하게 되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산업적 측면에서 의료행위와 의료기기에 대한 범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런 의료법 문제로 국내에서 건강관리 의료서비스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진택 한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빅데이터 의료산업을 위해 연구개발(R&D)은 활성화되고 있지만 법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느 부분까지 의료법 내 의료행위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행정기관의 판단이 아직 없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또 “개인건강 맞춤형 기기 및 센서 등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런 디바이스 인허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개발자들은 우선 제품을 개발해 상용화하지만 추후 정부 유권해석으로 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이날 정부에서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원격진료 및 의료행위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대해서는 궤를 같이 했다.

정부는 해외시장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등이 활발해지면 우리나라 또한 이를 받아들이는 정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영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패러다임은 예방쪽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는 정책적 니즈뿐 아니라 시장에서 활발하게 사업화되고 움직이고 있는 부분”이라며 “우리가 아무리 막아도 해외에서 시장이 열리면 점진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고 정책적 대안을 고민하게 되는 숙명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과장은 “우리나라는 단일 건강보험 체계로, 전국민 의료데이터가 한 곳에 집적돼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좋은 여건”이라며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빅데이터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정부는 국민복지와 의료시스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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