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난해 하반기, 올해 상반기 통신방송 시장의 최대 이슈로는 단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이 꼽히고 있다. 그동안 방송과 방송, 통신과 통신기업간 결합은 있었지만 통신과 케이블TV간 결합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KT와 LG유플러스를 비롯해 일부 시민단체, 학계 등은 방송의 공공성, 경쟁제한성 등을 이유로 합병을 불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실제 합병 주체인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을 품더라도 유료방송,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2위인데다 현행법상 합병자체를 불허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결국 일정 정도의 인가조건이 붙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다소 우세하다.
과거 통신시장에서의 인수합병시에는 어떤 인가조건들이 붙었을까.
통신시장에서 굵직한 인수합병은 총 4차례 있었다.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KT와 KTF 합병, LG통신3사 합병 등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통신부는 2001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할 당시 조건부 승인을 해줬다. 당시 PCS 사업자들의 강한 반발에 사실상 SK텔레콤이 받아들이기 힘든 강한 조건이 부과됐다. 연말까지 시장점유율을 50% 이하로 낮추는 조건을 붙였다. 인수시 양사의 점유율은 60% 수준이었다. 시장 독과점을 우려해 인위적으로 점유율을 낮추라는 것이었다. 당시 정부는 SK텔레콤이 이 같은 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았지만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 축소 조치를 이행, 최종 합병에 성공하게 됐다. 하지만 800MHz 주파수 독점문제는 이후 하나로텔레콤 인수시 불씨로 남았다.
2008년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당시 경쟁사들은 800MHz 주파수 유휴대역의 재배치 및 로밍 등을 강하게 요구했었다. 공정위 역시 인가조건에 주파수 재배치 등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당시 정보통신부는 결합상품 차별금지 등의 경우 대부분 공정위 의견을 수용한 반면, 주파수 로밍 및 분배의 경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SK텔레콤은 무선망 개방, 농어촌 광대역통합망 투자, 결합상품 마케팅 금지 등 6개의 인가조건을 부과 받았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KT가 공격의 대상이 됐다. 당시 KT 이석채 회장은 이동통신 자회사 KTF 합병을 추진했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합병으로 인해 경쟁제한성이 발생한다며 한목소리로 합병 불허를 외쳤다. 특히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시 경쟁사들은 무선지배력의 유선 전이를 걱정했다면 KT의 인수합병은 반대로 유선지배력이 무선으로 전이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방통위는 KT-KTF 합병이 유·무선 융합, 통신·방송 융합을 촉진하고 정보통신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며 합병을 의결했다. 필수설비 공동사용, 유선전화 번호이동, 무선망 개방, 무선인터넷 접속체계 개선, 내외부 콘텐츠 사업자간 차별금지, 농어촌 광대역통합망 구축 등의 인가조건이 붙었다. 경쟁사들이 강하게 주장했던 필수설비 분리는 없던 일로 마무리됐다.
KT와 KTF 합병 이후 곧바로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통신3사의 합병이 추진됐다. 상대적으로 LG통신사들의 합병은 큰 걸림돌 없이 진행됐다. 공정위는 아무런 조건 없이 3사간 합병을 허용했다. 합병이 이뤄진다고 해서 추가적인 경쟁제한성이 생기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전지분 매각건이 문제가 되는 듯 했지만 큰 잡음 없이 넘어갔다. 아무래도 유무선 3위 사업자간 결합이다보니 형님격인 KT나 SK텔레콤이 강한 인가조건을 부과하자고 주장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방통위 역시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 KT와 KTF간 인수합병과는 다른 사례로 보았다. 인가조건으로는 KT, SK텔레콤 모두에게 부과됐던 농어촌광대역통신망 구축을 비롯해 무선인터넷 활성화 등에 불과했다.
통신사들은 정부의 인가조건이 최종 발표될 때마다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합병을 반대했던 측에서는 인가조건이 터무니없이 약하다는 것이었고, 합병 당사자들은 불필요한 규제라고 목소리를 냈었다.
만약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자체가 불허되지 않는다면 보다 다양한 인가조건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통신시장에서의 경쟁제한성 이슈도 존재하지만 방송의 공익성, 지역성, 방송통신 결합상품 등의 이슈가 더 크기 때문이다. 직사채널 운영, 콘텐츠 투자 및 채널 불공정 대우 가능성, 통합방송법 적용 여부 등을 놓고 공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한편, 현재 정부는 이달 들어 공청회, 인터넷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한차례 학계 의견을 수렴했고 오는 24일 사업자 등 이해당사자들과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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