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올해 초까지만해도 서울 상암동 우리에프아이에스(FIS 대표 김종완) 타워에는 냉기가 적지않게 흘렀다.
광주은행, 경남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그룹을 형성했던 계열사들의 분할매각이 완료되면서 위상이 흔들렸고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그룹 계열사들이 매각되면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도 각자 맡은 영역에 따라 기존 계열사 소속으로 전직했고, 일부는 면담을 통해 우리FIS의 잔류를 선택했다.
앞서 우리금융지주사는 매각편의를 위해 지난해 11월1일자로 우리은행에 흡수됨으로써 그룹은 해체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FIS도 우리금융그룹 계열사에서 우리은행 IT자회사로 소속이 변경됐다.
그리고 다음 수순은 12월1일부로 우리FIS가 우리은행 IT본부로 편입되는 것이었다. 우리은행이 가진 IT기획 기능과 우리FIS가 가진 IT운영 기능의 통합이다. 꼭 1년전의 일이다.
◆우리은행 IT본부로의 통합, "향후 2~3년간 어렵다" =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당시 우리은행측의 공식 입장발표는 없었지만 우리FIS가 우리은행 IT부문으로 흡수되는 계획은 당분간 보류됐다. ‘IT부문의 효율적인 운영방법이 과연 무엇인가’를 놓고 은행 최고경영진에서 내린 결론이다. 물론 내일이라도 당장 우리FIS는 우리은행 IT부문으로 흡수될 수 있겠지만 향후 2~3년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은행의 내부 사정때문이다. 차세대시스템, BPR 등 우리은행의 대형 IT사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이 과정에서 우리FIS와 우리은행의 IT조직 통합이 사실상 어렵다. 현재 우리은행은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에 단독 입찰한 SK주식회사와 계약협상 진행중이다.
IBM과의 OIO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을 고려해서 추진되는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오는 2018년2월까지는 반드시 성공적으로 완료돼야한다. 그런 만큼 우리은행 내부적으론 이미 긴장도가 최고조에 달해있다.
또한 일정상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 사업보다 약 6개월정도 먼저 완료되는 차세대 BPR사업도 우리은행의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전면적으로 전환하는 핵심 역점 사업이다. 사업의 특성상 차세대시스템 사업 만큼이나 민감하고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500여명 수준의 직원을 보유한 우리FIS를 우리은행 IT조직내로 흡수해 업무분장을 다시하고 조직을 세팅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
◆인터넷전문은행 IT아웃소싱 가능성, 우리FIS의 가치 재부각 = 그리고 이제 인터넷전문은행도 우리FIS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KT 주도의 케이뱅크 컨소시엄에 가입했다. 지난 29일 금융위원회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선정했다.
케이뱅크는 안정적인 전산시스템 운영을 위해 우리은행 상암 ICT센터를 제 1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상암 ICT센터는 우리FIS 소유의 자원이기때문에 우리FIS의 전산자원을 아웃소싱하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케이뱅크는 24×365 무중단 운영을 위해 전산센터를 액티브-액티브 센터로 단계적 이중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주전산시스템과 재해복구시스템으로 나뉘어진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개별 시스템 중 특정 분야가 다운되면 다른 시스템이 즉각 다운된 서비스를 가동하는 최첨단 방식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됨으로써 우리은행에 흡수되기보다는 우리FIS로 존재할 경우 IT인프라 아웃소싱등 시장 대응에 유리할 것이한 분석도 나온다. 물론 우리FIS의 운명은 우리은행 민영화 일정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FIS 관계자는 "향후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FIS이 가진 자원과 노하우는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15년간 우리금융그룹의 셰어드서비스센터(SSC)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왔던 노하우가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 다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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