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23년만에 새 은행이 등장한다. 한국카카오은행과 K뱅크가 29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2016년 중 새로운 은행 출범이 가시화됐다.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는 지난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3년 만의 첫 신규 은행업 인가라는 점과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시범인가를 놓고 카카오가 주축이 된 ‘카카오뱅크’, KT가 주축이 된 ‘K뱅크’, 인터파크가 주축이 된 ‘아이뱅크’ 컨소시엄이 경합을 벌였다.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던 500V 컨소시엄은 일찌감치 사업 참여를 보류해 이번 예비인가는 3파전으로 치러졌다.
◆사업내용 차별화는 눈에 안띄어=금융당국은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의 심사 조건으로 ‘혁신성’을 내세운 바 있다.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이 앞서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주요 평가 항목 및 배점분표를 보면, 10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사업계획 700점, 자본금 규모 100점, 주주구성계획 100점, 인력·영업시설·전산체계 및 물적 설비에 100점을 각각 배정했다.
이에 따라 가장 배점이 많이 걸린 사업계획에 ‘혁신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각 컨소시엄들의 아이디어 짜내기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대부분 빅데이터 기반 분석, 중금리 대출, 자동화 자산관리 등 대부분의 사업 내용은 대동소이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었다. 이에 따라 사업계획 면에서 차별화를 부각하는데는 각 컨소시엄이 이렇다할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K뱅크는 빅데이터 기반 중금리 대출, 1만4000개의 오프라인 채널, 디지털 이자, 편리한 지급결제를 강점으로 내세웠으며 아이뱅크는 빅데이터 중금리 대출, 자산관리, 지급결제를 차별화 요인으로 부각시켰다.
카카오뱅크도 공동발기인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 ‘카카오스코어’ 신용 평가 모델, 카카오 유니버설 포인트를 통한 맞춤형 금리제도, 24 시간 고객의 문의에 답하는 ‘금융봇’ 등을 내세워 3개 컨소시엄간 혁신성 면에서 큰 차별화는 찾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예비인가를 내준 근거로 “한국카카오은행은 사업초기 기반 구축이 용이하다고 평가돼 안정적 사업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됐으며 케이뱅크는 참여주주 역량을 활용해 다수의 고객접점을 이용, 고객 편의성을 제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사각지대 서비스 한계 노출=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설명만으로 본다면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평가에 있어선 혁신보다는 안정성을 택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은행의 강점으로 풀이된 가입자 기반의 사업 안정성과 케이뱅크의 막강한 고객접점의 경우 혁신적이라기 보다는 컨소시엄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강점에 해당한다.
특히 아이뱅크 컨소시엄이 이번 예비인가에 탈락한 이유로 금융당국은 자영업자에 집중된 대출방식의 영업위험을 거론했지만 이는 기존 금융사들의 대출 등 금융서비스 시각에서 금융당국이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또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기존 금융사들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금융약자에 대한 금융서비스에 대해 금융당국이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내비치면서 2단계로 추진될 인터넷 전문은행 추가 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사업자들에게도 일정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차례 사업 참가를 보류한 500V 컨소시엄도 당초 소상공인에 대한 특화 서비스 등을 내세운 만큼 2차 인가를 준비 중인 사업자들의 사업계획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금융당국은 이번 1차 인가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은행법 완화 및 은산분리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리고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자체가 기존 은행시장 구도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란 점에는 업계가 대부분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본인가 과정을 통해 전개될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추진 과정이 시장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 컨소시엄은 30일 오전 9시30분 은행연합회 14층 세미나실에서 사업계획에 대한 별도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설명회에선 구체적인 은행업 영위를 위한 사업 계획 및 로드맵 등 발표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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