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제4이동통신 등장여부에 따라 정부의 통신경쟁정책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경쟁정책의 목적 중 가장 큰 것이 요금인하이다. 일부 정치인, 시민단체들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요금인하 효과가 없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는데 사실 단통법은 요금인하 정책이 아니다. 말 그대로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법일 뿐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신요금을 내릴 수 없는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요금인하는 사업자간 경쟁을 통해서 실현될 수 밖에 없다. 경쟁을 활성화 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새로운 사업자를 등장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알뜰폰 활성화에 집중해왔다.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을 감안할 때 알뜰폰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 가입자 500만을 돌파하는 등 음성, 저가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알뜰폰 정책은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 측면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업체들 위주로 시장이 돌아가다보니 기존 이동통신 3사와 경쟁하기 보다는 저가요금제 가입자만 유치하는데 그쳤다. 게다가 중소업체들이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도 적다. 알뜰폰 시장의 성장은 전폭적인 정부 지원정책 영향이 컸다. 그동안 미래부는 망도매대가 인하를 비롯해 전파사용료 감면 등을 통해 업계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전파사용료 감면은 내년 9월로 끝이 난다. 도매대가도 무한정 내려갈 수 없다.
여기에 최근 알뜰폰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이 SK로 둥지를 옮기게 된것도 알뜰폰을 통한 경쟁활성화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CJ헬로비전은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동통신 3사와 직접 경쟁을 해왔다.
저가요금제를 내놓는 중소 알뜰폰업체도 필요하지만 이통3사와 경쟁을 통해 전체 이통요금을 내리려면 대기업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 미래부 생각이다. 대형유통업체나 태광 등이 시장에 들어와 있지만 CJ헬로비전만큼 열심히 하는 곳은 없었다. CJ헬로비전은 적자누적에도 불구, 공격적인 마케팅과 도매대가 협상을 통해 전체 이동통신 시장 경쟁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SK의 CJ헬로비전 인수로 정부의 대기업 중심의 알뜰폰 재편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결국, 새로운 사업자를 통한 경쟁활성화를 위한 유일한 대안은 제4이통사의 등장이다. 알뜰폰 활성화는 제4이통 불발을 대비했던 '플랜B'였지만 지금은 제4이통 등장이 '플랜B'가 돼버린 모습이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고 경쟁력 없는 사업자를 무작정 선정할 수는 없다. 허가신청을 한 제4이통 사업자에 대한 소문도 썩 좋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만약 제4이통 사업자 선정이 불발로 돌아갈 경우 미래부는 새로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대안을 찾기 어려워지고 향후 정치권 등에서 요금인하 압박이 거세질 경우 사업자의 손목을 비트는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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