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2014년의 끝자락이었던 지난달 29일. 이날 IBK기업은행은 2000억원이 넘게 투입된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성공을 선언하는 자축행사를 조촐하게 가졌다.
시스템 가동후 약 1개월여만에 갖는 이날 행사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대내외에 알리는 큰 의미를 갖는다. 국내 금융권에서 차세대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를 판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개월이다. 계정과 단말, 대외계및 전자금융 등 채널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여부, 그리고 월말 결산의 정상적인 처리가 확인돼야하기때문이다.
그리고 이 날 행사에선, 포스트 차세대 프로젝트에 참가한 5개 업체가 기업은행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이날 감사패를 받은 5개 업체중 가장 눈길이 모아진 업체는 삼성SDS이다. 사실상 삼성SDS에게는 이번 프로젝트가 삼성그룹내 계열사 사업을 제외한 금융권 외부 IT사업에 있어 마지막 사업이기 때문이다.
앞서 2년 전, 삼성SDS는 금융IT 등 외부사업 철수를 선언해 국내 IT서비스업계에 큰 파장을 던진 바 있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삼성SDS가 철수를 선언한 지난 2년간 국내 금융IT 시장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삼성SDS 금융사업본부 출신 인사들중 상당수가 중견 IT서비스업체들로 이동했다. 국내 금융IT 서비스 시장은 삼성SDS가 사라진 공간을 차지하기위해 치열하게 경쟁했으며 말 그대로 절대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로 바뀌었다.
특히 삼성SDS가 두각을 나타냈던 IT아웃소싱 분야도 이젠 아웃소싱 계약이 하나 둘 만료됨에 따라 중견 IT서비스업체들에겐 올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주어지게 됐다.
삼성SDS는 그동안 안전행정부, 대법원, 조달청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산업은행, 한국증권금융, 푸르덴셜생명, 알리안츠생명 등 금융권을 대상으로 IT아웃소싱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해 왔는데 이제는 그 철옹성 같았던 영역이 개방되는 것이다. 당장 삼성SDS가 그동안 수행해왔던 외국계 보험사 IT아웃소싱 사업이 이달중 사업자 선정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삼성SDS의 철수 선언이후, 금융IT시장은 물리적인 구조변화뿐만 아니라 질적인 변화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만하다.
그동안 삼성SDS와 같은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이 주도해왔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빅뱅(Big Bang)방식이 주류를 이뤄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 방식이 쇠퇴하고 중견 IT서비스업체들간의 컨소시엄 형태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방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앞으로는 금융회사들이 IT프로젝트를 추진함에 있어 주간사만 족치는 문화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금융회사들로서는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을 조율하고, 프로젝트 전체를 아우르는 노하우와 역량이 더 중시될 수 밖에 없는 구도다.
삼성SDS가 완전히 떠난 금융IT시장은 올해부터 많은 변화가 불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작별 인사에 앞서, 삼성SDS가 국내 금융IT 산업 발전에 많은 노력과 공헌을 한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새출발한 많은 삼성SDS 출신 인사들이 새롭게 펼쳐진 시장환경에서 국내 금융IT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힘써 주기를 기대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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