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뱃속에 830도 고온에서 구워낸 세라믹을 품었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바위 같이 단단한 얼음도 녹일 수도 있다. 나는 세상에 등장한지 50년이 넘었다. 만든 곳은 다르지만 생김새는 모두 직사각형이다. 나는 가끔 영화에서 괴물 퇴치도 했다. 현실에서는 제조물책임법(PL)을 만들만큼 권력도 있다. 나는… 나는… 전자레인지다’ |
이는 주방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전자레인지는 한국경제의 역사를 말하면서 빠질 수 없는 제품이다. 국내 첫 전자레인지는 1978년 삼성전자가 개발한 ‘RE-7700’이다. 당시 전자레인지는 미래의 주방가전으로 대단한 관심을 받았다.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높이면서 1987년 유럽연합(당시 유럽공동체 EC)은 한국산 전자레인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위협적인 제품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시 반도체, TV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을 1980년대 우리의 자존심을 높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제2의 전성기 맞은 주방가전=1990년대 이후 부침을 겪은 전자레인지는 향후 생활가전 시장 공략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요소로 재조명받고 있다. 2015년 전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주방가전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기 때문이다.
기계장치와 전자부품의 향연인 주방가전은 생각보다 무척 까다로운 개발과정을 거친다. 음식은 지역, 국가, 인종, 문화, 식재료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서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조리 기기 개발팀 조인영 책임연구원은 “오븐 개발에만 한 단계를 넘어가려면 컵케이크 2000개 이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제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4단계라고 하면 1만개 이상을 만들어야 하고 닭은 30~40마리 이상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오븐, 전자레인지와 같은 주방가전에 쏟는 관심은 관련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수장인 윤부근 사장이 직접 에이프런을 두르고 손에 칼을 쥐어 요리를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결과물에도 진전이 있어서 발광다이오드(LED)로 가상불꽃을 만들어 적용한 ‘셰프컬렉션 인던션 전기레인지’는 미국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오븐과 전자레인지는 주방가전은 물론 빌트인 가전 공략의 선봉이다. 전 세계 오븐 시장 규모는 300억달러로 추정된다. 빌트인 시장 규모의 경우 500억달러다. 이는 전체 가전 시장의 1500억달러의 30%에 해당한다. 여기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냉장고, 인덕션, 후드, 워머, 식기세척기 등 다른 주방가전으로의 파급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조 책임연구원은 “같은 미디엄 웰던이라도 독일은 60~65도, 북유럽은 50~55도여서 이런 차이를 감안하지 않으면 맛있는 요리가 나오지 못한다”며 “현지 요리사를 고용해 추가적인 콘텐츠 보강과 함께 지역에 알맞은 액세서리로 차별화된 전략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즉석에서 만든 쿠키, 통닭, 삼겹살을 시식해보니 풍미와 식감이 대단히 훌륭했다. 이런 요리를 가정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조리의 균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원들의 노력이 깃들여진 제품에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가치를 확인했다. 요리가 아니다. ‘혼’이다.
조 책임연구원은 “제조사가 쉽게 투자하지 못하는 부분이 오히려 기본기”라며 “주방가전은 무한대의 레시피를 구현할 수 있는 만큼 탄탄한 기본기로 승부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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